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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 마디로 돕다

  • 이 말을 듣자 황후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 아무리 집안의 작은 어머니일지라도 손윗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불손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영의정의 자식 교육은 의논할 여지가 있어 보였다.
  • 소지연은 통쾌하게 말을 내뱉고 나서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황후의 눈치를 살폈다. 그제야 자신이 한순간 입을 잘못 놀려 본성을 드러냈음을 알게 되었다.
  • 소지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소지유가 한층 더 미워졌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 입을 열었다.
  • “동생아, 언니의 뜻은 네가 찾게 되면 좋은 일이지만 만약 연지에서 유물을 찾지 못한다면 누가 네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증명할 수 있느냔 말이다. 황후를 속인 죄는 어찌 크고 작음을 논할 수 있겠느냐.”
  • 소지유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지금 바로 쉽게 찾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황후의 마음속에서 거짓임을 확신하게 만드는 짓이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니까.
  • 그녀가 찾겠다고 고집부려야만 황후는 그녀가 결코 밖에 내놓기 부끄러운, 대군을 유혹하려는 천한 여자가 아니라 남에게 음해당하더라도 효심이 우선인 좋은 처녀라는 것을 믿을 것이다.
  • 소지유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최선을 다해야지요. 책임이 두려워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 소지유는 말을 마치고 치맛자락을 잡더니 큰 보폭으로 연지를 향해 다가갔다.
  • 황후는 그녀의 침착한 모습을 보고 그녀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었다.
  • “호수가 이리도 깊은데 위험할 것 같소.”
  • 사람들이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안친왕가의 세자가 한 말이었다.
  • 이 안친왕 세자는 그저 혼잣말한 것뿐이었으나 황후가 그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소지유가 위험에 처하게 하면 안 된다고 여겨져 금위군을 향해 명령했다.
  • “너희 몇이 내려가 저 아이를 돕거라.”
  • 금위군이 일제히 대답했다.
  • “명 받들겠사옵니다!”
  • 대여섯 명의 금위군은 장도를 내려놓고 앞다투어 연지로 뛰어들었다. 물가에 가까운 곳은 수위가 어깨를 넘지 않아 그나마 괜찮았으나 중심으로 향할수록 호수가 깊어져 아주 위험해 보였다.
  • 금위군 중 한 명이 소지유에게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물어보려는 찰나 소지유는 몸을 날려 물 밑으로 들어갔다.
  • 물가에서 놀란 탄성이 들려왔고 금위군들도 얼른 물속으로 잠수했다. 그들은 소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했다.
  • 그러나 얼마 후 소지유는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 “찾았사옵니다! 황후 마마의 복을 받았나이다, 소녀 황실의 은혜와 보호를 받았사옵니다. 조금 전 오랫동안 찾아도 보이지 않던 것이 순식간에 제 앞에 나타났사옵니다. 황후 마마, 소녀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 황후는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녀의 이 아첨이 먹힌 것이 틀림없었다. 황후가 입을 열었다.
  • “그래, 찾았으니 얼른 올라오거라.”
  • 궁녀는 황후의 태도가 부드러워진 것을 보자 얼른 달려가 소지유를 끌었다. 소지유는 다시 물가로 기어 올라와 황후 앞에 꿇어앉았다.
  • 워낙 이 일은 여기서 끝날 수 있었다. 황후는 더 따져 묻지 않았으니 지나가면 그뿐이었으나 소지연이 이대로 물러설 리가 없었다.
  • “동생아, 무엇을 찾았느냐? 꺼내서 사람들에게 보여라.”
  • 소지유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 “제 어머니의 유물일 뿐입니다. 값진 물건이 아니란 말입니다.”
  • 소지연은 사나운 표정으로 말했다.
  • “값지고 말고는 상관이 없다. 난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야겠으니. 황후를 면전에 두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매우 큰 죄다! 우리 소씨 가문을 망하게 할 작정이냐?”
  • 소지유는 의아한 듯 말했다.
  • “황후 마마께서 묻지도 않으셨는데 언니는 왜 이리 사람을 몰아붙인단 말입니까? 도대체 내가 소씨 가문을 망하게 할 작정인 건지 아니면 언니께서 내가 황후 마마를 속인 증거를 찾으려 애쓰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