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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네가 무릎 꿇고 빌게 만들 거야

  • 말문이 막힌 소지연은 어이없다는 듯 눈알을 뒤집었다.
  • 소지유도 함구하고 경조 부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잠시 후, 경조 부윤이 검시관과 함께 헐레벌떡 어화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 조장흥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고 검시관더러 시체를 살펴보게 했다.
  • 검시관은 시체를 간단히 검사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 “황후마마, 나리께 아뢰오나 검시를 통해 보면 이 금위군의 호위무사는 질식으로 사망했사옵니다. 사망 시간은 두 시진을 넘지 않고 시체도 아직 딱딱해지지 않았사옵니다. 이건 시체의 몸에서 발견된 물건이옵니다. 아마 범인이 남긴 흔적인 듯하옵니다.”
  • 그의 손 위에 잡힌 건 비녀였다. 모양을 보아하니 금일 연회에 참가한 귀녀가 아닌 계집종의 비녀인 듯했다.
  • 그러자 소지유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 ‘이…이건 내가 방금전에 그 남자를 찌를 때 사용한 비녀잖아? 왜 시체 몸에 있지?’
  • 소지유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소지연이 경악했다.
  • “셋째야, 이건 네 비녀가 아니더냐?!”
  • ‘뭣이라? 진짜 소지유의 비녀였단 말이냐?’
  • 안비월은 뭔가를 이루어낸 듯한 표정으로 소지유를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 “소지유, 어서 말을 해보아라! 증언과 증거가 있는데도 아직 죄를 고하지 않고 뭐 하는 게냐!”
  • ‘죄를 고하라고?’
  • 죄를 고한다는 건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았다. 이미 한번 죽은 그녀는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싫었다.
  • 소지유는 이를 깨물고 말했다.
  • “황후마마, 시체와 비녀로 소녀가 이 호위무사를 죽였다고 하는 건 너무 억지스러운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이 비녀가 소녀의 물품이 확실하긴 하지만 소녀가 연지에 들어가서 유물을 찾을 때 비녀가 빠져나와 마침 시체에 떨어진 것도 가능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 황후는 입을 다물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안비월이 도리어 코웃음을 쳤다.
  • “마침? 마침이라고 했느냐? 마침 연지로 와서 마침 유물을 분실했고 분실한 유물을 찾고 있을 때 비녀가 빠져나와 마침 시체 위에 떨어졌다는 말인 게냐? 소지유, 거짓을 고하고 싶으면 제대로 하거라!”
  • 소지유는 차분하게 맞받아쳤다.
  • “기연이 없으면 문제도 없겠지요. 황녀님께서도 마침 저와 호위무사가 다투는 장면을 목격하지 않으셨나이까?”
  • 잔뜩 화가 난 안비월은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 “비천한 것, 입만 잘 놀리는구나! 황후마마, 사건의 실마리가 이렇듯 확실하니 더 이상 덧없는 대화를 끝마치고 이 몸종을 바로 포도청에 끌고가 칼로 목을 베야 하옵니다!”
  • 소지연도 거들었다.
  • “다 동생을 데리고 궁에 입성한 이 소녀의 죄이옵니다. 동생이 사람의 목숨을 구한 걸 보아 황후마마께서 고통없이 가게 해주시옵소서.”
  • 영의정도 말을 보탰다.
  • “아니옵니다. 다 여식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이 늙은이의 죄이옵니다. 가문에 이런 불행이 닥치다니, 어찌할꼬!”
  • 황후마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소지유도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의 사람들이 자기를 중상모략하기를 기다렸다가 그제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다들 말씀을 끝내셨는지요? 그럼 이제 소녀 차례 이옵니까?”
  • 황후마마는 소지유를 쳐다봤다. 그러나 과분하게 침착한 그녀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
  • ‘지금 자기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모른단 말이냐?’
  • 그리하여 황후마마는 그녀한테 물었다.
  • “소지유,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게냐?”
  • 그러자 소지유는 무릎을 꿇고 말문을 열었다.
  • “이 소녀한테 청렴을 증명할 기회를 제공해 주시옵소서. 만일 소녀가 청렴을 증명하지 못하면 황후마마가 어떠한 명을 내리든 받들겠사옵니다.”
  • 황후는 의문에 빠졌다.
  • “어떻게 청렴을 증명한다는 말이냐?”
  • 소지유는 고개를 들고 황후를 보며 우렁차고 당당하게 말했다.
  • “소녀가 직접 검시하겠사옵니다!”
  • ‘뭣이라?’
  • 모두가 일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 ‘검시라고 한 것이오? 이 얼마나 불길한 일인가! 게다가 여자가 어찌 남자의 시체를 검사한단 말인가?’
  • 하지만 소지유는 주위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황후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 안비월은 조롱하듯 웃었다.
  •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오니까 시간을 끌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 소지유는 그녀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 “죽음이 진짜로 코앞까지 다가왔는지 아닌지는 검시를 끝내고 확인하십시오. 만일 소녀가 청렴결백을 증명한다면 황녀님은 어찌할런지요?”
  • 안비월은 생각도 해보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
  • “만일 네가 청렴결백을 증명한다면 내가 무릎을 꿇고 잘못을 고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넌 오늘 죽음을 면할수 없을 것이니라!”
  • 소지유는 코웃음을 쳤다.
  • “알겠사옵니다!”
  • 그녀는 안비월이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게 하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