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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지난밤 그분

  • “한 씨 집안에서?”
  • 집안에 있던 세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용인의 눈빛이 연우에게 향한 채 말을 이어갔다.
  • “한 대표님께서 큰아가씨를 모시러 오셨습니다.”
  • “한시혁이?!”
  • 놀란 연우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멀뚱히 쳐다보자 고용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젠장!’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연우는 순간 자신이 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두 집안이 사돈의 연을 맺고 3년 동안 한 씨 집안에서 사람이 찾아왔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씨 집안 사람이 찾아온 것도 모자라 심지어 그 사람이 한시혁 본인이라니. 게다가 그가 찾아온 목적이 연우를 데려가기 위함이라는 말을 들은 소국현과 황민희의 놀라움은 이내 기쁨으로 바뀌어 있었다.
  • “어서 안으로 모셔라!”
  • “이미 왔습니다.”
  • 연우가 아직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였다. 다음순간 남자의 수려한 외모가 그녀의 눈에 들어오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연우는 몸이 굳어버렸다. 한 씨 집안 도련님은 봐줄 수 없을 만큼 못생긴 데다 키도 작다 못해 백오십도 채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세간에 자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로도 모자라 심지어 심각하게 잘생겼던 것이다. 위아래로 맞춤 제작한 슈트는 그의 훤칠한 몸을 더 부각시켜주고 있었다. 그 바지통 아래의 긴 다리는 채 몇 걸음 떼지도 않았는데 이미 연우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 “당신이 한시혁?”
  • 연우를 경악하게 한 것은 한시혁의 말도 안 되는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믿기 힘든 사실은 눈앞의 이 남자가 바로 지난밤 호텔에서의 그 남자라는 것이었다. 시혁의 차가운 시선이 연우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는 연우가 자신이 찾는 사람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 “남편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 돌아온 그의 긍정에 연우는 자칫 뒤로 넘어갈 뻔했다. 옆에 있던 황민희도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좋지 않았다.
  • ‘못생겼다며?’
  • “한 대표, 이리 안쪽으로 앉으시지요.”
  •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역시나 소국현이었다. 그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 “괜찮습니다.”
  • 소국현을 대하는 한시혁의 태도는 꽤나 차가웠다.
  • “저는 연우를 데려가려고 온 겁니다.”
  • ‘이게 무슨 상황이야?’
  • “우린 이미 이혼했잖아?”
  • 연우는 겨우 혼란 속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한시혁의 지금과 같은 행동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질문에 시혁의 날카로운 눈가에 문득 짙은 어둠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내 그가 가볍게 입술을 달싹였다.
  • “그 협의서 이미 파기됐어. 당신은 여전히 내 아내야.”
  • 연우는 멍하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자신이 잘못들은 것은 아닐지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국현과 황민희가 지켜보고 있었기에 연우는 어쩔 수 없이 시혁을 따라 한성가의 별장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라탔다.
  • 리무진 내부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소 씨 집안의 별장이 눈에서 멀어지자 연우는 발끈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 “차 세워!”
  • 그녀의 외침에 운전기사는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안정적으로 길가에 세워지자 연우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 하지만 시혁이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 “어디 가?”
  • “집에 간다 왜!”
  • 연우는 그의 질문이 꽤나 아리송하게 느껴졌다.
  • “한성가 별장은 아직인데.”
  • 시혁이 농담하는 것 같지는 않자 연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 “한시혁 당신, 얼굴 좀 잘생겼다고 사람을 막 가지고 놀아도 되는 거야? 재밌어?”
  • 겨우 얻은 자유가 눈앞에서 날아가버릴 상황에 연우는 화가 났다. 시혁은 그런 연우의 뾰로통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 “재밌지.”
  •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연우를 잡은 팔에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차갑게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 “특히 어젯밤엔 아주 재밌었지.”
  • 어젯밤이라는 말에 지난밤의 청소년 관람불가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연우의 하얗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타올랐다. 연우는 이를 악물어 보았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이내 한 단어가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 “변태!”
  • 누군가 한시혁을 욕하는 것을 처음 들은 운전기사는 놀라 헛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시혁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팔에 살짝 힘을 실어 연우를 다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 “출발해.”
  • 연우의 몸부림을 모두 막아내며 한시혁이 지시를 내리자 차는 이내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