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향기가 엄습했다. 한시혁은 품 안에 있는 개구쟁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아랫입술을 잡고 말했다.
“어디가 더럽다는 거야? 오늘 밤 이 서방님이 깨끗이 씻어줄게!”
갑자기 19금 장면이 떠오른 소연우는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 그냥 해본 말에 이렇게 진지하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두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꽁냥꽁냥 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현옥은 혈압이 올라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남시아가 급히 달려가 최현옥을 부축하며 말했다.
“시혁 씨, 얼른 와서 어머님 부축해 드려.”
소연우, 여우 같은 년 얼른 한시혁한테서 떨어지지 못해!
소연우는 덤덤하게 두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머님이 욕할 힘이 있는 걸 보니 아직 기력이 좋은 신 것 같네요. 제가 안 가도 되겠네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연우는 남시아에게 보라는 듯이 한시혁한테 찰싹 달라붙었다.
이때 최현옥은 뒤에 있는 집사한테 눈짓을 하며 말했다.
“시혁아, 네가 믿기 힘들겠지만 나한테 저년 바람피운 증거가 있어.”
최현옥은 오늘 같은 날에 밝히려고 집사한테 그날 소연우가 입고 온 옷을 숨겨두라고 특별히 분부했다. 확실한 증거로 소연우가 발뺌할 수 없도록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최현옥은 벼르고 있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지루한 시간을 버티는 관객같이 소연우는 손에 턱을 고이고 느긋하게 쳐다보았다.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지?
이때 집사가 하얀 셔츠를 가져와서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 셔츠에는 여자의 빨간 피가 말라붙어있었다. 소연우가 처녀몸으로 하 씨 집안에 시집온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
“이 옷이 바로 그날 소연우가 입었던 거야. 그날 머리는 산발이 돼 있었고 몸에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난 흔적도 있었지!”
최현옥은 피가 몰린 눈을 크게 치켜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날 일을 이 방에 있는 모두가 봤는데 이래도 모함이라고 할 거야?”
이것은 마치 이 방에 있는 모두가 그녀한테 진실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나쁜 짓을 한 사람처럼 하얀 셔츠를 쳐다보는 소연우의 얼굴이 노을빛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이때 기회를 노리던 남시아가 걱정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연우 씨, 아니 어떻게 시혁 씨한테 이런 못된 짓을 할 수가 있어? 시혁 씨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
뭐래? 한시혁도 뭐라고 안 하는데 남시아가 어떻게 한시혁의 마음을 안다는 거지? 보아하니 이 말을 한 목적은 한시혁한테 지금 마땅히 화를 내야 한다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 같았다. 소연우는 한시혁을 째려보며 얼른 설명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때 최현옥이 문을 가리키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소연우, 이 여우 같은 년! 당장 여기서 나가! 다시는 우리 한 씨 집안에 발을 디딜 생각도 하지 마!”
그러고는 뒤에 있던 보디가드한테 얼른 내보내라는 눈짓을 했다.
“이거 제 옷이에요.”
한시혁의 말에 소연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놀라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 옷은 소연우가 밖에서 바람난 남자 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한시혁 것이라는 거지?
그렇다면…
그럼 그날 밤 소연우가 같이 있은 남자가 남편인 거잖아. 그렇다면 외간 남자랑 바람났다는 것은 거짓말이 되고 만다. 최현옥은 끝까지 부정했다.
“너 지금 자신을 속이는 거야, 아들. 네 와이프가 바람났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겠지만 증거가 여기 떡하니 있잖아.”
최현옥은 아들이 소연우한테 홀려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남시아도 한마디 덧붙였다.
“그 남자가 시혁 씨라면 왜 굳이 둘이 호텔에서 만나?”
소연우는 눈앞의 두 어릿광대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너 뭐 좀 모르네. 호텔에서 하는 거, 그거 나와 내 남편의 취미야.”
남시아는 심장이 덜컹했다. 그렇다면 한시혁이 알레르기가 낫고부터는 소연우와 ‘성’공적인 부부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