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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두 어릿광대

  • 소녀의 향기가 엄습했다. 한시혁은 품 안에 있는 개구쟁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아랫입술을 잡고 말했다.
  • “어디가 더럽다는 거야? 오늘 밤 이 서방님이 깨끗이 씻어줄게!”
  • 갑자기 19금 장면이 떠오른 소연우는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 그냥 해본 말에 이렇게 진지하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두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꽁냥꽁냥 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현옥은 혈압이 올라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남시아가 급히 달려가 최현옥을 부축하며 말했다.
  • “시혁 씨, 얼른 와서 어머님 부축해 드려.”
  • 소연우, 여우 같은 년 얼른 한시혁한테서 떨어지지 못해!
  • 소연우는 덤덤하게 두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 “어머님이 욕할 힘이 있는 걸 보니 아직 기력이 좋은 신 것 같네요. 제가 안 가도 되겠네요.”
  •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연우는 남시아에게 보라는 듯이 한시혁한테 찰싹 달라붙었다.
  • 이때 최현옥은 뒤에 있는 집사한테 눈짓을 하며 말했다.
  • “시혁아, 네가 믿기 힘들겠지만 나한테 저년 바람피운 증거가 있어.”
  • 최현옥은 오늘 같은 날에 밝히려고 집사한테 그날 소연우가 입고 온 옷을 숨겨두라고 특별히 분부했다. 확실한 증거로 소연우가 발뺌할 수 없도록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최현옥은 벼르고 있었다.
  • 연극이 시작되기 전 지루한 시간을 버티는 관객같이 소연우는 손에 턱을 고이고 느긋하게 쳐다보았다.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지?
  • 이때 집사가 하얀 셔츠를 가져와서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 셔츠에는 여자의 빨간 피가 말라붙어있었다. 소연우가 처녀몸으로 하 씨 집안에 시집온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
  • “이 옷이 바로 그날 소연우가 입었던 거야. 그날 머리는 산발이 돼 있었고 몸에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난 흔적도 있었지!”
  • 최현옥은 피가 몰린 눈을 크게 치켜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그날 일을 이 방에 있는 모두가 봤는데 이래도 모함이라고 할 거야?”
  • 이것은 마치 이 방에 있는 모두가 그녀한테 진실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 나쁜 짓을 한 사람처럼 하얀 셔츠를 쳐다보는 소연우의 얼굴이 노을빛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이때 기회를 노리던 남시아가 걱정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소연우 씨, 아니 어떻게 시혁 씨한테 이런 못된 짓을 할 수가 있어? 시혁 씨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
  • 뭐래? 한시혁도 뭐라고 안 하는데 남시아가 어떻게 한시혁의 마음을 안다는 거지? 보아하니 이 말을 한 목적은 한시혁한테 지금 마땅히 화를 내야 한다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 같았다. 소연우는 한시혁을 째려보며 얼른 설명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 그러나 이때 최현옥이 문을 가리키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 “소연우, 이 여우 같은 년! 당장 여기서 나가! 다시는 우리 한 씨 집안에 발을 디딜 생각도 하지 마!”
  • 그러고는 뒤에 있던 보디가드한테 얼른 내보내라는 눈짓을 했다.
  • “이거 제 옷이에요.”
  • 한시혁의 말에 소연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놀라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 옷은 소연우가 밖에서 바람난 남자 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한시혁 것이라는 거지?
  • 그렇다면…
  • 그럼 그날 밤 소연우가 같이 있은 남자가 남편인 거잖아. 그렇다면 외간 남자랑 바람났다는 것은 거짓말이 되고 만다. 최현옥은 끝까지 부정했다.
  • “너 지금 자신을 속이는 거야, 아들. 네 와이프가 바람났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겠지만 증거가 여기 떡하니 있잖아.”
  • 최현옥은 아들이 소연우한테 홀려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 남시아도 한마디 덧붙였다.
  • “그 남자가 시혁 씨라면 왜 굳이 둘이 호텔에서 만나?”
  • 소연우는 눈앞의 두 어릿광대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 “너 뭐 좀 모르네. 호텔에서 하는 거, 그거 나와 내 남편의 취미야.”
  • 남시아는 심장이 덜컹했다. 그렇다면 한시혁이 알레르기가 낫고부터는 소연우와 ‘성’공적인 부부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