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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원나잇

  • 갑자기, 나는 나와 가까운 테이블에 앉은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
  • 검은색 정장에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바텐더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바로 허민혁의 직속 상사인 서강민이었다.
  • 전에 허민혁과 함께 그 회사에서 주최한 파티에 참석한 적 있었다. 파티에서 서강민이 나와서 축사를 한 적 있기에 나는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왜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지?
  • 서강민 정도의 성공한 인사도 스트레스 풀러 술집에 들르나?
  • 무시무시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허민혁! 네가 날 배신했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 나는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서강민에게 걸어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그의 품에 안겼다.
  • 삼십 대 좌우의 젊은 남자였다.
  • 반쯤 풀린 하얀 셔츠 깃과 살짝 접은 소매 사이로 건강한 구릿빛 피부가 보였다. 오뚝한 코와 섹시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 때문에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다.
  • 전형적인 차도남이었다.
  • 서강민은 차갑게 나를 쏘아보더니 경멸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밀쳤다.
  • “나랑 하룻밤만 같이 있어 주세요.”
  • 나는 술기운에 몽롱해진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 “뭐?”
  • 서강민은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 같았다.
  • “하룻밤만 같이 자자고요. 한국어 못 알아들어요?”
  •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의 입가에 대고 말했다.
  • 술기운 탓인 건지, 내 행동은 평소보다 과감해졌다. 만약 평소였다면 때려 죽어도 이런 말을 내뱉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받은 충격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 “요즘 여자들, 이 정도였어? 아무한테나 안기고 싶을 정도로 욕구불만이야?”
  • 서강민은 차갑고 경멸에 찬 눈길로 나를 쏘아보았다. 이 사람 눈에는 술 취해서 남자나 꼬시는 헤픈 여자로 보이겠지?
  • “왜요? 용기가 없는 거예요? 아니면 거기가 기능을 못 하는 거예요?”
  • 나는 대수롭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내려 그의 민감한 부위를 바라보았다.
  • 이 세상에 거기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남자는 없었다. 그 상대가 여자라면 더욱 그랬다. 서강민도 예외가 아닐 거라 믿었다.
  • 아니나 다를까, 그의 표정이 순간 변하더니 냉랭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 “그 말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
  • 말을 마친 서강민은 내 손을 잡고 술집을 나서서 맞은편에 있는 호텔로 갔다.
  •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나는 비틀거리며 서강민에게 몸을 기댔다.
  • 호텔 방문이 닫히자마자 서강민은 내 턱을 잡고 어두운 눈동자로 나를 한참 응시하더니 고개를 숙여 내 입술을 덮쳤다.
  • 거칠고 야만적인 느낌의 키스였지만 나는 이 느낌에 취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