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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실연의 아픔

  • 그의 진짜 여자친구는 나였고 오늘이 우리가 결혼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나에게 사실은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다고 호소한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뻔뻔한 놈을 그렇게 오랜 시간 사랑한 걸까?
  • “시안아, 고마워….”
  • 그래도 양심에 찔렸는지 허민혁은 잔뜩 기죽은 목소리로 작게 얘기했다.
  • 나한테 고맙다고? 하….
  • 나는 훨씬 홀가분해진 허민혁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절망이 몰려왔다. 나를 아껴주고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남자가 결혼식을 취소한다는 얘기에 나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 슬픈데 웃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꺼져!”
  • 나는 대문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그에게 매달릴 것 같았다.
  • 달려가서 왜 나를 배신했냐고 따지고 싶었다!
  • “알아들었으면 당장 꺼져!”
  • 하영은 나보다 더 분노한 얼굴로 허민혁을 향해 빗자루를 휘둘렀다.
  • 허민혁이 떠난 뒤, 나는 온몸에 힘이 풀리며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 쓰레기였지만 7년을 사랑한 남자였다.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 “시안아, 울고 싶으면 울어. 울면 조금 편해질 거야.”
  • 나에게 다가온 하영이 나를 꼭 안으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 “내가 왜 울어? 저런 뻔뻔한 쓰레기 때문에 울 일은 절대 없어. 하영아, 앞으로 내 앞에서 저 쓰레기 얘기는 꺼내지도 마.”
  • 나는 고개를 살짝 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이미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 “시안아, 네가 괴로운 거 다 알아. 힘들 땐 그냥 울어. 울고 난 뒤에 잊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 하영은 나를 꼭 안으며 흐느끼듯 말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인 그녀가 지금 얼마나 나를 걱정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나는 눈이 퉁퉁 붓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울면서 모든 기운을 다 쏟아낸 것 같았다.
  • 목놓아 울고 난 뒤, 나는 방으로 돌아가서 잠을 잤다. 그렇게 하루를 잠만 자며 보냈다.
  • 꿈에서도 허민혁과 진예은이 침대에서 뒹굴던 장면이 나왔다.
  • 내가 스스로 괴롭히는 게 걱정됐는지, 하영은 방으로 돌아와서 나를 깨웠다. 실연하고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 “시안아, 일어나서 밥 먹어.”
  • 나는 이불 속에 머리를 틀어박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먹을 것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리 없었다.
  • 이틀 동안 나는 미친 듯이 자신을 괴롭혔다. 눈만 감으면 나를 기만하고 배신한 허민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 “입맛 없어!”
  • 나는 귀찮은 듯 대꾸했다. 지금은 누워서 잠을 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 하지만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둘 하영이 아니었다. 그녀는 힘껏 이불을 잡아당기며 화가 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 “고시안, 너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해졌어? 그런 쓰레기 때문에 이렇게 스스로 괴롭히는 거 자존심 상하지 않아?”
  •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여전히 가슴은 아프고 숨이 막혔다. 아무리 쓰레기라도 7년을 모든 걸 바쳐 사랑한 사람이었고 평생 함께할 거라 믿었던 사람이었다.
  • 행복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깊이조차 알 수 없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지금 헤어 나올 수 없는 고통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