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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광란의 밤

  • 원초적인 욕망과 열정만 가득한 광란의 밤이었다.
  • 아침에 잠에서 깬 나는 온몸을 덮치는 통증과 뻐근함에 속으로 서강민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 그는 거친 정도가 아니라 야수 그 자체였다!
  •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온몸에 가득한 키스 마크와 팔을 꼬집어서 생긴 상처에 분노가 치밀었다. 하는 건 좋은데 무슨 남자가 이렇게까지 거칠어?
  • “어젯밤 나 어땠어? 만족해?”
  • 옆에서 섹시한 남자의 중저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음침한 표정을 한 서강민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 당황한 나는 이불로 몸을 가렸다. 낯선 남자가 뚫어져라 내 알몸을 보고 있는데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비록 어젯밤 내가 먼저 같이 자자고 했지만.
  • “이제 와서 순진한 척하는 건 좀 늦었지 않아? 어젯밤에는 그렇게 정열적이더니?”
  • 몸을 일으킨 서강민이 나에게 다가왔다. 말투에 가득 담긴 경멸과 고고한 척하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내가 헤픈 여자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 나는 이불 속을 나와 그가 보는 앞에서 대범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 “스킬은 꽤 쓸만했어요. 물건도 커서 나는 만족해요.”
  • 나는 서강민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 순간 서강민의 표정이 차갑게 굳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 “요즘 여자들은 다 그쪽처럼 뻔뻔해? 정말 못 하는 말이 없네!”
  • 말을 마친 그는 침대를 바라보다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침대에 선명하게 찍힌 핏자국이 내 가슴을 쓰리게 했다.
  • 허민혁과 사귄지 7년이나 됐지만, 나는 줄곧 가장 소중한 초야는 신혼 밤에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껴두었다. 그런데 신혼 밤이 오기도 전에 그의 추악한 본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해 버렸다.
  • 그래서 나는 홧김에 처음을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줘버렸다.
  • “처음이었어?”
  • 서강민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 “그게 어때서요? 설마 처녀라서 책임져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관념을 갖고 있는 건 아니죠?”
  • 나는 서강민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똑바로 마주하며 비웃듯 말했다.
  •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서강민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 “필요한 거 얘기해. 돈이면 돼?”
  • 한참이 지나서 그는 다시 평소의 냉랭한 말투로 물었다.
  • “그쪽이랑 잤던 여자들은 매번 돈을 요구했었나 봐요?”
  • 나는 굴욕을 당한 기분이 들어 서강민을 짜증스럽게 쏘아보았다. 어젯밤 일탈은 그저 나를 배신한 허민혁을 향한 복수였다. 내가 돈이 필요해서 몸을 던지는 여자로 보였던 걸까?
  • “우리 둘 다 필요해서 같이 있었을 뿐이에요. 그쪽 돈은 필요 없어요. 이 방을 나가면 우린 모르는 사이인 거예요.”
  • 말을 마친 나는 서강민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호텔을 나갔다.
  • 하영의 집에 도착하자 그녀가 달려와서 나를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 “시안아, 어젯밤 네가 안 돌아와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핸드폰도 꺼두고 어디 갔었어? 너 설마 허민혁 씨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