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적반하장
- 잔뜩 비꼬는 듯한 하영의 말투에 진예은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발끈하며 말했다.
- “하영,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랑 민혁 씨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야. 고시안이 없었으면 우린 진작에 결혼했어.”
- 하영은 그녀를 향해 눈을 흘기며 역겹다는 듯이 말했다.
- “자고로 남의 것을 가로챈 것들이 꼭 이런 말을 하더라. 진심으로 사랑한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웃기지도 않아. 친구 약혼자를 꼬시는 건 쓰레기들이나 할 짓이야!”
- 진예은은 분노한 얼굴로 하영을 쏘아보며 말했다.
- “누가 쓰레기야? 똑바로 얘기 안 해?”
- “내가 누굴 말했는지 알면서 왜 물어? 쓰레기가 고상한 척하는 거 역겨워서 못 봐주겠네!”
- 하영도 굴하지 않고 진예은을 노려보았다.
-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나는 다급히 하영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 “이런 인간이랑 입씨름할 필요 없어. 그만 가자.”
- “민혁 씨, 저들이 나를 막 욕하는데 가만히 있을 거야?”
- 나랑 하영이 자시를 뜨려는데 진예은이 허민혁의 팔을 잡으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 “시안아.”
- 허민혁은 진예은이 큰 피해라도 입은 것처럼 잔뜩 구겨진 얼굴로 나를 불렀다.
- 그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자 다시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애써 냉랭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 “네 친구가 예은이한테 심한 말을 했는데 사과가 필요하지 않아?”
- 허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 그의 차가운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며칠 전까지 나를 아껴주고 지켜주던 남자가 다른 여자의 편에 서서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나는 정녕 불륜녀보다 못한 존재였던 걸까?
- “하영이 말이 틀린 것 없잖아. 당신이 먼저 날 배신하고 바람을 피웠어. 나를 7년이나 속였고. 그런데 내 친구더러 불륜녀한테 사과하라고? 왜 그래야 하지? 허민혁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요구해!”
-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 주변 사람들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민혁에게 다가서며 큰소리로 반박했다.
- 피해자인 내가 가만히 있는데 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여! 내가 그렇게 만만해?
- 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허민혁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 과거의 나는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이었고 허민혁에게 한 번도 큰소리로 반박한 적 없었다.
- 허민혁도 내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바람피운 사실을 떠벌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무척 당황한 표정이었다.
- “고시안, 그게 그렇게 큰 소리로 얘기할 일이야? 나랑 민혁 씨는 진심으로 사랑해.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진작 결혼했을 거라고. 네가 민혁 씨한테 집착해 놓고 이제 와서 왜 불쌍한 척이야?”
- 진예은은 허민혁의 옆에 다가가서 그의 팔짱을 끼며 분노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 “진심으로 사랑해? 내가 허민혁한테 집착했어? 웃겨, 정말…. 이런 바람둥이는 공짜로 나한테 줘도 싫어. 역겹거든!”
- 나는 냉소를 머금고 꼭 붙어선 두 사람을 쏘아보며 말했다.
- 나는 사랑은 오점 하나 없이 순결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허민혁을 사랑한 건 사실이나, 그와 내 절친이었던 여자가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을 본 그 순간 우리 관계는 이미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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