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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쓰레기는 오지랖도 넓다

  • 이곳이 서강민이 오너로 있는 회사인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광고 회사는 그의 주력 산업이 아니었기에 이곳에서 그를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장담했다.
  • 나는 그저 이곳에서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만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이대로 계속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는 없었다. 이제 내 미래를 위해 몸을 불살라야 할 때였다.
  • 나는 학벌도 괜찮았고 광고 작가로 일한 경험이 있었기에 중견 기업에 도전하면 백 퍼센트 합격이었다. 하지만 거성의 면접을 뚫을 확신은 솔직히 없었다.
  • 거성 광고는 연봉이 높은 만큼 면접도 까다로웠다. 나는 순조롭게 이곳에 입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 면접을 끝내고 회사를 나올 때까지도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성은 내 예상을 훨씬 벗어난 규모였다.
  • 나는 저도 모르게 서강민을 떠올렸다. 겨우 삼십 대 좌우의 남자가 이렇게 많은 산업을 경영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그의 수많은 기업 중 하나인 광고 회사가 직원 수천 명 규모라니, 서강민의 실력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아마 내가 평생 만났던 중 가장 돈이 많은 남자일 것이다.
  • 하지만 그건 나랑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나는 그저 순조롭게 거성에 취직할 수 있기만 바랄 뿐이었다.
  • 나는 홀로 길에 나와 산책로를 걸었다. 제발… 면접이 통과하기를….
  •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등 뒤에서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울렸다. 도대체 누가 산책로 근처에서 경적을 울리는 거야! 나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 “고시안.”
  •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보다 더 이 목소리가 익숙한 사람이 있을까?
  • 나는 못 들은 척 걸음을 재촉했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랑 단 일분일초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 “고시안, 거기 서.”
  • 나를 앞질러 간 허민혁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불쾌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 “허민혁, 뭐 하자는 거야. 길 막지 말고 비켜.”
  • 나는 고개를 들고 차갑게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 그는 차가운 내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급히 말했다.
  • “난 당신이랑 하고 싶은 말 없어. 그리고 내가 왜 당신 질문에 대답해 줘야 하지?”
  • 나는 차갑게 대꾸한 뒤 그를 지나치려 했다.
  • 허민혁, 이제 우린 남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명령질이야?
  • “서강민 대표랑 무슨 사이인지 말해. 그날 백화점에서 왜 둘이 안고 있었는지! 게다가 다음에 아프지 않게 조심하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너 그 사람이랑 잤어?”
  • 허민혁은 실성한 사람처럼 내 팔목을 잡으며 따지듯 물었다. 마치 자기가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분노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 나는 차갑게 그를 쏘아보다가 냉소를 지었다.
  • “나랑 서강민 씨가 무슨 사이이며 우리가 같이 잤든 아니든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허민혁, 당신이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인 줄은 처음 알았네.”
  • 그가 날 배신한 순간에 이미 우리 관계는 끝나버렸다. 그런데 내가 누구와 잤든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해?!
  • “같이 잤냐고 묻잖아! 고시안, 너 원래 아무 남자랑 자는 헤픈 여자였어? 나랑 사귈 때 세상 순진한 척, 순결을 지키겠다고 했던 말은 다 연기였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