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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취직

  • 그녀의 계속되는 추궁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 “시안아, 나는 그 서강민이라는 사람 꽤 괜찮은 사람 같아. 그 사람이랑 함께할 수 있다면 허민혁 같은 쓰레기보다는 백배 나을 거야.”
  • 내가 하루빨리 실연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랐던 걸까! 하영은 내 귓가에 대고 어이없는 말을 해댔다.
  • 나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얘는 가끔 엉뚱할 때가 있다니까! 나랑 서강민은 하룻밤 같이 보낸 그런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는 살아가는 세상부터 다른 사람들이었다.
  • 서강민이 어떤 인물인가? 그가 침 한번 뱉으면 A시티 전체가 함몰할 수도 있었다. 그의 산업은 전국 각지에 널려 있었고 사람이 조용한 걸 선호해서 뉴스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가 막강한 부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 “나랑 서강민은 가능성이 없어.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해.”
  • 단호하게 대답한 나는 쉬러 방으로 돌아갔다.
  • “그 사람은 허민혁의 직속 상사야. 오늘 그 사람 만났을 때 허민혁이 굽신거리는 꼴 못 봤어? 만약 네가 그놈 직속 상사의 여자 친구가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지 않아?”
  • 하영의 말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허민혁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와 진예은이 잘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 하지만 그건 찰나의 충동일 뿐, 나랑 서강민은 서로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날 그가 왜 그 술집에 나타났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재벌들도 자신만의 고민이 있겠지. 하지만 그건 내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마음을 다잡고 먹고살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었다.
  • 전에 다녔던 직장은 허민혁의 회사와 거리가 너무 멀어서 퇴사했다. 결혼 뒤에 가까운 곳에 취직할 예정이었다.
  • 하지만 결혼은 고사하고 일자리만 잃었으니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비참한 여자가 있을까?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다니….
  • 그렇게 또 이틀이 지났다. 매일같이 말을 걸어주고 위로해 준 하영 덕분에 나도 서서히 실연의 아픔을 잊게 되었다. 나를 배신한 남자 때문에 계속 이렇게 슬퍼할 수는 없었다.
  • 그렇게 내 생활은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고 나는 드디어 새 출발을 결심했다.
  • 이른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외출준비를 했다. 오늘은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심플한 오피스 정장을 차려입고 연한 메이크업을 했다. 거울에 비춰 보니 꽤 깔끔한 인상의 여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 나는 전공에 맞게 한 광고회사랑 면접을 보기로 했다.
  • A시티 최고의 광고 회사에 도착한 나는 하늘을 찌를 듯이 건물을 잠시 올려다보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 예전에 다녔던 회사는 소규모의 기업이었다. 실적은 괜찮았지만 보너스를 많이 주지는 않았다. 나는 대기업에 입사해야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이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였다.
  • 하지만 하나 단점이 있다면 허민혁도 이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는데 내 미래를 위해서 역겨운 것도 꾹 참고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