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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지금 나랑 밀당해?

  • “허민혁이랑 무슨 사이야?”
  • 드디어 입을 연 그는 추궁하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 허민혁 세 글자가 나오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쿡쿡 쑤셨다. 그래도 가장 힘든 시기는 이미 지나간 것 같았다.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감출 여유 정도는 있었다.
  •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죠.”
  • 한때 허민혁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그에게 내 모든 것을 맡겨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고시안 씨?”
  • 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며 분노한 말투로 물었다.
  • 저 사람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저 사람 앞에서 한 번도 내 이름을 말한 적 없는 것 같은데?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 나는 고개를 들고 어둠을 닮은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기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 “사람 한 명 조사하는 게 나한테 어려운 일일 것 같아? 그리고 허민혁 애인이 아까 당신 이름 얘기했잖아.”
  • 그는 무슨 이런 멍청이가 다 있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가소롭게 말했다.
  •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늘 만남은 그냥 사고였어요. 그리고 아까 도와줘서 고마워요.”
  • 말을 마친 나는 바로 걸음을 돌려 도망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서강민은 다시 내 팔목을 잡아 벽에 밀치더니 가까이 몸을 밀착했다.
  •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런 미남이 가까이 있는데 아무 느낌 없다면 내가 이상한 게 아닐까?
  • 나는 예전에 허민혁을 제외한 다른 이성의 접촉을 꺼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와 사귄 뒤로 의식적으로 이성들과 거리를 두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남자와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잘 몰랐다.
  • “이대로 간다고?”
  •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물었다. 섹시한 목소리에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 “뭘… 어쩌려는 거죠?”
  • 그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 “말해. 지금 나랑 밀당하는 거야?”
  • 그의 눈이 갑자기 날카롭게 빛났다. 추궁의 의도가 명확했다.
  •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 말을 들으니 분노가 치솟았다. 밀당이라니! 이게 무슨 뜻이야?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 나는 힘껏 그의 팔을 뿌리치고 걸음을 돌렸다.
  • 정말 정신이 이상한 남자네. 밀당?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서강민이 이대로 나를 돌려보내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뜻밖에 그는 더 이상 나를 잡지 않았다.
  • 홀로 길에 나오니 처량한 느낌이 들었다. 백화점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허민혁을 잊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 하영의 집에 돌아오자 속사포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전부 서강민에 관한 것들이었다.
  • “어서 말해! 오늘 백화점에서 만났던 그 남자 도대체 너랑 무슨 관계야? 그날 밤 너랑 같이 호텔에 갔던 남자가 그 사람이야?”
  • 하영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내가 굳이 답하지 않아도 눈치로 거의 모든 것을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