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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여자 보는 안목을 좀 키워야겠어

  • “왜 잡아당겨? 나는 그냥 진실을 말한 거야. 고시안 아직 자기 사랑하는 게 확실하다니까? 그냥 차인 게 억울해서 아무 남자나 데려다가 시위하는 거야!”
  • “예은아, 그만 얘기하라고!”
  • 허민혁은 진예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잔뜩 굳은 표정으로 경고했다. 보아하니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 “민혁 씨, 왜 나한테 소리 질러? 아직 고시안을 완전히 잊지 못한 거야? 이제 나 사랑하지 않는 거야?”
  • 진예은은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따졌다.
  •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항상 불쌍한 연기를 하기 좋아했다. 그 모습에 허민혁이 넘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 남자는 보호 욕구를 자극하는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니까. 그런데 나는 그런 유형이 아니었다.
  • “허 부장, 여자 보는 안목을 더 키워야겠는데?”
  • 서강민은 나를 안고 있던 손을 놓고 허민혁에게 다가가서 진예은을 아래위로 훑더니 비꼬듯 말했다.
  •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던 서강민이 이런 독설을 뱉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허민혁의 당황한 표정이 눈에 보였다.
  • 그 모습을 보니 속이 다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 “대표님, 저는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 체면을 중요시하는 허민혁이었기에 아까 진예은이 보였던 몰상식한 언행이 창피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말을 마친 그는 진예은을 끌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 “이제 두 눈으로 확인했지? 우리 시안이, 아무 남자나 데려와도 양다리나 걸치는 쓰레기보다 나아!”
  • 하영이 그들의 등 뒤에 대고 비꼬듯 말했다.
  • 그들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내 얼굴에서 웃음도 함께 사라졌다.
  • 나는 서강민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가가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 “고마웠어요.”
  • “친구는 집에 돌려보내. 그쪽이랑 따로 할 말이 있어.”
  • 서강민은 내 옆에 선 하영을 힐끗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남았나요? 급한 일 아니면 저 먼저 갈게요.”
  • 어째서인지 매번 서강민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와 마주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당황해졌다. 마치 자칫 잘못했다가 빠져들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 나는 하영의 손을 잡으며 다급히 뒤돌아섰다. 그날 밤은 술에 취해서 그런 미친 짓을 했지만, 지금은 맑은 정신이었고 그와 더 대화를 나눌 용기가 없었다.
  • “저기… 두 사람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난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시안아, 나 간다?”
  • 하영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내 손을 뿌리치고 먼저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 내가 도망가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 서강민이 내 팔목을 잡았다.
  • 그는 나를 끌고 비상계단까지 가더니 나를 벽으로 밀쳤다.
  • 너무 가까이 있어서 서강민 특유의 남성적인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날 밤은 취해서 상대가 서강민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오늘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 “서… 서강민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 그는 생각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도망가야 한다는 건 알지만 다리가 얼어붙은 듯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