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다음에는 아프게 하지 않을게
- 그가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다가와서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그날 밤 내가 좀 거칠었지? 몸은 괜찮아졌어?”
- 꿀이라도 머금은 것처럼 달콤한 목소리였다.
- 잘생긴 남자가 이렇게 부드럽게 나를 쳐다보자 한순간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 뒤, 얼굴이 확 붉어졌다.
- 이 남자가 공공장소에서 감히 이런 말을?
- “그게… 많이 좋아졌어요.”
- 나는 시선을 회피하며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 “다음에는 아프지 않게 내가 조심할게.”
- 그는 손을 내밀어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어째서인지 그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불에 덴 것처럼 뜨겁고 당황스러웠다.
- 이 사람이 뭐라고 했지? 다음번? 우리 사이에 다음을 기약한 적 있었나? 처음을 가져갔으면 됐지 무슨 염치로 다음번이래!
- 나는 속으로 서강민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허민혁과 진예은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겉으로는 행복한 척,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 멀리서 허민혁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느껴졌다.
- 진예은은 서강민의 품에 안긴 나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고시안, 저 사람이 네 남자라고?”
- 재력이든 외모든 허민혁과 비하면 서강민이 압승이었다. 서강민의 신분을 모르는 진예은조차 그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에서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 “왜? 허민혁을 꼬신 게 후회돼?”
- 나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냉랭하게 진예은을 쏘아보았다.
- “대표님.”
- 허민혁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 다가와서 서강민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 “허 부장, 왜 이렇게 시끄러워? 도대체 무슨 일이야?”
- 서강민은 차가운 눈빛으로 허민혁을 쏘아보며 담담히 물었다.
- 허민혁은 나를 힐끗 보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아마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 것 같았다.
- 서강민의 품에 안긴 나를 보고 허민혁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어쨌든 나는 지금 기분이 꽤 좋았다.
- “아… 아닙니다. 사적인 일로 시비가 좀 있었어요. 그런데 대표님이 백화점엔 어쩐 일이십니까?”
- 서강민 앞이라 긴장했던 탓인지, 허민혁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 “민혁 씨, 아는 사람이야? 이 사람이 진짜 고시안의 남자친구야?”
- 진예은은 겸손을 모르는 여자였다. 그녀는 서강민에게 허민혁이 굽신거리는 이 상황이 꽤 마음에 들지 않은 건지, 똥 씹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 “민혁 씨,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이 사람 절대 고시안 남자친구는 아닐 거야. 나한테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다고!”
- 진예은은 질투가 가득 찬 눈빛으로 서강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 서강민은 외모나 품위나 허민혁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를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지금 진예은의 속이 말이 아닐 것이다.
- “예은아, 입 다물어!”
- 허민혁은 진예은의 팔을 잡아당기며 미간을 찌푸린 채 경고했다.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