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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도움을 청하다

  • 이렇게 역겨운 남자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 “네가 못 가져서 아쉬워서 그런 건 아니고? 고시안, 너 같은 여자를 어떤 남자가 좋아하겠어?”
  • 진예은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비꼬듯 말했다.
  • “우리 시안이 좋아할 남자는 널렸어. 허민혁 같은 멍청이나 너처럼 더러운 년이 좋겠지!”
  • 보다 못한 하영이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 “그래? 저런 애를 좋아할 남자가 다 있다고? 그래. 그럼 그 남자 어디 데려와 봐.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고시안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그래!”
  • 내가 얼마나 허민혁을 사랑했는지 진예은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만나면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허민혁이었다.
  • 그때 나는 그녀를 가장 믿는 친구로 생각했기에 매번 그녀가 허민혁에 관한 일을 물으면 아무 의심도 없이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때 나는 진예은이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서 그런다고 생각했었다.
  •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후회가 막심했다. 진예은은 나를 걱정한 게 아니라 허민혁을 꼬시기 위해 이것저것 정보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 “왜? 전화 한 통이면 될 텐데 뭘 그렇게 망설여? 그런 사람 없는 게 아니야?”
  • 진예은이 다시 비꼬듯 말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 내 약혼자를 가로채고 지금 나한테 이런 태도로 나온다는 건 나와의 친구 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의지였다. 저렇게 의기양양한 것도 승자의 쾌감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 진예은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뒤돌아서 가던 길을 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사코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진예은, 정도껏 해. 너 이제 네가 원하는 거 다 가졌잖아?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 나는 뒤돌아서서 분노한 눈빛으로 진예은을 쏘아보았다.
  • 진예은 네가 점점 선을 넘는구나!
  • 진예은이 뭔가 말하려는데 내 시야에 들어온 남자가 있었다. 나는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 “내 남자가 누군지 궁금해? 그러면 지금 소개해 줄게!”
  • 말을 마친 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강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도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 나는 오기로 가득 차서 서강민에게 다가가서 그의 팔짱을 끼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자기, 여긴 어떻게 왔어요? 나 보고 싶어서 온 거예요?”
  • 나의 돌발 행동에 놀라서 고개를 돌린 서강민은 내 얼굴을 확인하고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 아마 나를 질척대는 여자로 생각하겠지?
  • 하지만 자세히 해명할 시간이 없었다. 허민혁과 진예은이 지켜보는 상황에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으니 서강민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 “당신이 왜 여기 있어?”
  • 서강민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작게 물었다. 나는 그가 지금 얼마나 화를 참고 있는지 느껴졌다.
  • “처음을 그 쪽에게 준 것을 봐서 나 좀 도와주세요.”
  • 나는 서강민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했고 그가 내 연극에 동참해 줄지 확신도 없었다.
  • 서강민은 불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