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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허주원이 당신을 구할까요, 아니면 나를 구할까요?

  • 사람이 점점 몰리는 것을 본 윤솔은 행여라도 소율이 내일 실검에 올라 악플을 받을까 봐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 “그럴 것 없어, 가자.”
  • 소율은 온지우를 보며 피식 웃고는 윤솔을 따라 전시장을 나왔다.
  • 오늘 밤 두 번이나 체면을 구긴 허정아는 울화가 치밀었다.
  • “소율 씨, 당신 옆의 여자가 얼마나 꿍꿍이 있고 돈을 밝히는 여자인지 아세요? 애초에 우리 집안 돈에 눈독을 들이고 우리 오빠한테 시집왔다는 건 서울 사람 전체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 소율은 그 말을 듣자마자 거의 폭주할 뻔했고, 윤솔은 소율을 한 번 쳐다보고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눈치를 줬다.
  • “넌 여기서 기다려.”
  • 말을 마친 윤솔은 뒤돌아 허정아 앞으로 다가갔다.
  • “질문 하나 할게요, 허정아 씨.”
  • 허정아는 윤솔을 경멸하듯 바라보았다.
  • “치졸하게 화제를 돌리는 꼴이라니!”
  • 윤솔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 “허정아 씨는 오빠랑 사이가 좋나요?”
  • 허정아는 순간 멈칫했고, 윤솔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느긋하게 말했다.
  • “오빠랑 친하다면 모를 리 없을 텐데요. 난 정아 씨 오빠랑 이혼하면서 위자료 한 푼도 받지 않았어요.”
  • 허정아를 쳐다보던 그녀 얼굴에는 웃음기가 점차 사라졌고, 요염한 눈매에는 싸늘함이 더해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똑똑히 들었다.
  • 말을 마친 윤솔은 뒤돌아 가버렸다.
  • 모두가 알다시피 허정아와 허주원은 같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임청은 허주원이 세 살 때 허 씨 가문에서 그녀에게 준 돈을 가지고 허주원의 아버지와 이혼했고, 나중에는 또 허주원의 아버지와 혼외 관계를 맺어 허정아와 허영생을 낳았다.
  • 하여 허주원과 허정아는 사실 남매 사이의 정이 없었다.
  • 윤솔의 간단한 몇 마디는 스스로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기도 했고, 허정아를 한바탕 조롱하기도 했다.
  •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멋있었다.
  • “솔아, 너 진짜 짱이야!”
  • 소율은 걸어오는 윤솔을 향해 사람들이 보지 못한 틈을 타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 소율은 윤솔을 데리고 옥상으로 향했고 거기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또 한참을 윤솔에게 주접을 떨었다.
  •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장경아한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소율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 “브랜드 측 스폰서가 도착했다고 경아 언니가 날 찾네, 난 일하러 가봐야겠다. 지루하게 느껴지면 너도 그냥 돌아가!”
  • 어차피 그녀가 오늘 윤솔을 부른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니, 소율은 윤솔이 계속 여기서 혼자 쓸쓸하고 외롭게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 브랜드 측의 스폰서한테는 미움을 사면 안 된다. 소율은 비록 제멋대로지만 이런 일에서는 그래도 상황 파악을 잘 하는 편이다.
  • 그녀는 손을 흔들고는 치마를 잡고 뒤돌아갔다.
  • 소율의 뒷모습을 보며 윤솔은 미소를 지었다.
  •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술과 디저트는 그래도 다 준비되어 있었다. 윤솔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수영장 쪽의 썬 베드를 보고는 눈썹을 찡긋하더니 걸어갔다.
  • 오늘 윤솔은 스트랩 힐을 신었고, 거의 한 시간 동안 서있어서 발이 조금 아팠다. 야외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녀가 잠시 쉬었다 가기에는 딱이었다.
  • 통유리창 안의 불빛은 빨갰고 윤솔은 의자에 앉아 넋을 놓고 햇빛에 반짝이는 수영장의 수면 위를 바라보았다.
  • “윤솔 씨.”
  • 언제 나왔는지 온지우가 그녀를 불렀고 고개를 들어 온지우를 본 윤솔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 “무슨 일이죠, 온지우 씨?”
  • “윤솔 씨 정말 대단해요. 처음에 윤솔 씨한테 사진을 보냈을 때는 윤솔 씨가 개의치 않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수를 남겼을 줄을 몰랐네요.”
  • 윤솔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 “그래서 온지우 씨는 저한테 따지려고 온 건가요?”
  • “제가 감히 그릴 리가요.”
  • 온지우는 눈앞의 윤솔을 바라보며 그날 허주원의 비서가 한 말을 떠올렸고 얼굴의 웃음기도 차츰 사라졌다.
  • “아, 그럼 별일 없으면 전 이만 가볼게요.”
  • 윤솔은 입꼬리를 올려 웃고는 걸음을 옮겨 파티장 안으로 돌아가려 했다.
  • “잠깐만요!”
  • 윤솔은 고개를 숙인 채 온지우가 붙잡은 손목을 내려다보았고 얼굴을 찡그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저한테 다른 볼 일이 있으신가요?”
  • “우리 내기할까요, 윤솔 씨?”
  • “무슨 내기요?”
  • “저와 윤솔 씨가 동시에 물에 빠지면 허주원이 당신을 구할까요, 아니면 나를 구할까요?”
  • 윤솔은 온지우의 시선이 향한 곳을 쳐다봤고, 그제야 통유리창 앞에 허주원이 그들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싫어요. 나와 허주원은 이미 이혼했어요. 온지우 씨는 이제 날 라이벌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 이 각도에서 허주원은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온지우는 차갑게 웃고는 윤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으며 윤솔을 끌고 수영장에 빠질 생각이었다.
  • “그건 윤솔 당신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닐 텐데, 난… 앗…”
  • 온지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솔은 다리를 들어 올려 온지우의 몸을 발로 걷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