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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온지우 말고 또 누가 있겠어요?

  • 윤솔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소율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양주호는 비플라이 컴퍼니의 법무팀을 데리고 직접 찾아왔고, 만약 윤율에서 원고를 철회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날 바로 법원의 소환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소율은 윤솔을 대신해 겉으로는 착하고 순진한 척하면서 속은 여우인 온지우를 혼내주고 허주원을 골치 아프게 해 윤솔이 3년 동안 허 가에서 겪었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연예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한 것이 바로 진짜인지 루머인지 판단이 어려운 여론전이다. 상대방과 ‘전면전’을 할 때에는 원래 이런 보도자료로 상대방에게 흑역사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석이 아닌가?
  • 게다가 허주원은 윤솔과 결혼한 3년 동안 이성과의 거리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이런 사진도 생긴 것이니 그도 완전히 억울하다고 할 수 없었다.
  • 소율은 상대방이 이렇게 당당하게 직접 변호사까지 대동해서 담판을 지으러 찾아올 줄 몰랐고, 함께 온 두 변호사가 쉬지 않고 말을 하면서 몰아붙이는 바람에 결국 소율은 왠지 모르게 기세가 꺾였다.
  • 그러나 도도한 센 언니의 캐릭터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소율은 스스로가 주눅 드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양주호를 보며 냉소를 흘렸다.
  • “서론을 길게 하셨는데 정작 양 비서님은 이 사진들을 누가 윤솔한테 줬는지 아세요?”
  • 화제가 이런 방향으로 넘어갈 줄 몰랐던 양주호는 한순간 반응을 하지 못하고 소율의 말에 대답했다.
  • “누군데요?”
  • “온지우 말고 또 누가 있겠어요? 난 원고를 삭제해도 상관없지만, 능력 있으면 어디 한 번 온지우가 윤솔한테 보낸 사진도 철회하라고 해보세요!”
  • 양주호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 이 갑작스러운 진실에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칠팔 년 동안 허주원의 비서로 일해온 그는 결정적인 순간 머리를 굴렸다.
  • “소율 씨, 실례지만 윤솔 씨와는 어떤 사이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 “그게 양 비서님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 “…”
  • 양주호는 두 변호사를 데리고 떠났고, 그들이 멀리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보고 나서야 소율은 선글라스를 벗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 “놀라 죽는 줄 알았네!”
  • 옆에 있던 장경아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
  • “이미지에 신경 써야지, 다른 사람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 “경아 언니, 뭘 당황하고 그래! 여기 외부인도 없잖아? 아, 폰 울린다, 솔이한테서 연락 왔네! 윤솔한테 빨리 ‘싸움’ 결과를 보고해야지!”
  • 장경아는 입꼬리를 부르르 떨더니 못 말린다는 듯 문을 닫고 나갔다.
  • 소율은 윤솔이 결과가 궁금해 전화한 줄 알고 자랑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윤솔의 담담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 “원고 내리라고 해, 실검도 더 이상 사지 말고. 나랑 허주원 사이의 일은 여기까지 일단락 지을 거야.”
  • 소율은 어리둥절했다.
  • “… 납치를 당한 거면 아무 소리나 한 번 내 봐!”
  • “장난치지 말고, 나 좀 피곤해.”
  • 확실히 조금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에 소율은 입술을 오므린 채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 “그래, 하지만 너도 괴로워는 하지 마. 앞으로 우리는 홀로 아름답게 피어날 거고 솔로의 생활은 너무나도 행복할 거야!”
  • “뭐가 너무나도 행복할 거라고?”
  • 나지막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율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임승민이 사무실에 나타났고 깜짝 놀란 그녀는 얼른 목을 움츠렸다.
  •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 임승민의 목소리를 들은 윤솔은 웃으며 전화를 끊었고,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에게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주려고 뒤돌아 주방으로 향했다.
  • 한 시간 후, 그녀는 포기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 모든 보도 기사는 철회되었고 윤솔, 허주원과 온지우의 삼각관계에 대한 여론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소리 없이 멈추었고, 이 일은 저녁이 되니 이미 잠잠해져 있었다.
  • 그러나 그날 밤, 허주원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양주호가 그에게 사진의 출처가 온지우라고 말했을 때, 그는 갑자기 윤솔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너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아무 느낌도 없었고 윤솔이 화가 나서 그러는 줄 알았다.
  •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자 허주원은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 ‘됐어,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자야지.’
  • 그날 이후, 윤솔은 한동안 조용히 지냈고 누구의 입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마치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였다.
  • 모두가 사랑에 상처받은 윤솔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에서 조용히 퇴장한 거라고 생각했다.
  • 그렇게 말하는 것도 틀리지 않았지만 사실 윤솔은 최근 유럽을 한 바퀴 여행을 갔고 스키 번지점프,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모두 경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솔이 누나!”
  • 한 달 넘게 여행을 한 윤솔은 이틀 후에 귀국을 할 생각이었고, 그녀가 면세점에서 소율이 준 리스트에 따라 가방과 국내에서 품절된 립스틱을 사고 있을 때, 갑자기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와 윤솔은 깜짝 놀랐다.
  •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율 엔터테인먼트의 인기 베이글남 중 한 명인 현우였다.
  • “네가 왜 여기 있어?”
  • 현우는 올해 겨우 스물한 살이었고 귀여운 외모에 두 개의 덧니까지 있어 웃을 때면 정말 귀여운 애완견 같았다.
  • “마침 요즘 쉬고 있어서 소율 누나가 나한테 누나를 데리러 가라고 했어요.”
  • 윤솔은 립스틱 세 개를 바구니에 넣고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 “소율이 또 무슨 꿍꿍이 속셈이래?”
  • 현우는 진민준만큼 뻔뻔하지 않았고, 윤솔이 이렇게 쳐다보자 귀가 빨개져서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았다.
  • “내가 작년에 찍은 영화가 다음 달 8일에 개봉하는데 소율 누나가 그전에 화제성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했어요.”
  • “솔직하네.”
  • 윤솔은 웃으며 손에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절반 찢어 그에게 주었다.
  • “이 가방 세 개를 찾아서 사 와.”
  • “네, 솔이 누나.”
  • 윤솔은 다음날 아침 8시쯤 비행기였고, 부산에 도착하니 이미 국내 시간 오후 세 시가 넘었다.
  • 윤솔과 현우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소율이 보낸 파파라치가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보았다.
  •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경유 시간은 80분이었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 현우의 매니저는 차로 그들을 데려다주었다. 소율이 사 오라고 했던 물건이 좀 많아 윤솔은 혼자서 다 들 수 없었고 또 다른 캐리어는 현우가 그녀를 도와 집까지 옮겨주었다.
  • “리리, 물 끓여줘.”
  • 집에 들어와 슬리퍼를 갈아 신은 윤솔은 주방으로 가서 컵 두 개를 씻은 후 따뜻한 물 한 잔을 현우에게 건넸다.
  • “솔이 누나, 이 로봇 집사 흥미로운데요.”
  • 윤솔은 소파에 앉아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말했다.
  •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면 소율한테 집에 하나 놔달라고 해.”
  • 남자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윤솔의 말을 듣자마자 현우는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흥분한 듯 물었다.
  • “이거 승민 형네 회사에서 만든 거예요? 아직 시중에는 없는 것 같던데!”
  • 윤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지금 서류 심사 중이니 아마 연말에는 시중에 나올 거야. 마음에 들면 소율한테 말해서 너도 미리 체험하게 해달라고 해.”
  • “그래도 돼요?”
  • “안 될 게 뭐 있어?”
  • “고마워요, 솔이 누나.”
  • 윤솔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 “나한테 고마워할 건 없지.”
  • 현우는 얼마 머무르지 않다가 돌아갔고, 현우를 배웅한 윤솔은 리리에게 욕조에 물을 받으라고 한 다음 캐리어에서 짐을 꺼냈고 이내 잠옷을 찾아 반신욕을 하러 갔다.
  • 연속 15시간 동안 비행기를 탄 윤솔은 욕조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 이때, 트위터 실검에는 ‘현우의 미스터리 여자친구’란 키워드가 3위에 올랐다.
  • 막 야근을 마친 허주원은 갑자기 심현준한테서 온 메시지를 받았고 클릭하지도 않았는데 사진 메시지로 떴다.
  • 허주원은 심현준을 할 일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대화창을 클릭했다.
  • ‘주원아, 네 전처 진짜 대단하다. 얼마나 지났다고 또 남자를 바꿨어.’
  • 그는 검지로 사진을 클릭했고, 사진 속에는 국민 남자친구 현우가 몸매 좋은 여자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 그 여자의 얼굴은 3분의 1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허주원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현우의 미스터리 여자친구라고 기사가 난 여자는 그와 이혼한 지 3개월 된 윤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