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배신감
-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수를 보자 현영은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다.
- “어딘지 얘기를 해줘야 갈지 안 갈지 결정하지.”
- 이수가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 “누나, 그걸 얘기하면 이벤트가 아니잖아요.”
- 풀이 잔뜩 죽은 이수의 모습에 현영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 마침 대문을 나선 부태정이 그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 현영이 두 눈을 빛내며 활짝 웃고 있었다.
- 차에 타려던 부태정은 잠시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쏘아보았다.
- 두 사람이 결혼한 뒤, 현영은 한 번도 저런 미소를 보여준 적 없었다.
- 항상 귀찮게 잔소리만 해댔고 정작 그는 하나도 관심 없는 사소한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었다. 그리고 항상 그를 바라볼 땐 조심스러운 눈빛이었다.
-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짜증만 심해질 뿐이었다.
- 그런데 이혼한 그녀가 다른 사람 옆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저 사람 때문이었나?’
- 부태정은 헛웃음이 나왔다.
- ‘더 돌아볼 가치도 없는 여자였네!’
- “대표님?”
- 상사가 차에 안 오르고 밖에서 멍하니 서 있자 장 비서가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 부태정은 그제야 현영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차에 올랐다.
- “집으로 가자.”
- 장 비서는 착각인지는 몰라도 상사가 지금 단단히 화가 나 있다고 느껴졌다.
- 조수석에 오른 현영은 곁눈질로 부태정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 차가 출발하자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창밖만 보았다.
- 쓸쓸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수의 눈에 안타까움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말을 걸었다.
- “누나, 무슨 생각 해요?”
- 현영이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 “아무것도 아니야.”
- 혼혈인을 닮은 이수의 서구적인 이목구비가 현영의 눈에 들어왔다.
- 예전의 부태정도 학교에서 킹카라 불렸지만 이수도 만만치 않았다. 넓은 어깨에 쭉 뻗은 다리, 국제 무대에 세워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 “이수 너는… 왜 모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거야?”
- 현영은 워낙 공부를 잘했던 이수가 장차 커서 의사나 검사가 될 줄 알았다.
- “그냥 우연히 카메라 테스트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모델을 하고 있네요.”
- 이수는 사이드 미러를 통해 현영의 표정을 살피며 태연한 척 물었다.
- “누나는 모델 싫어해요?”
- 현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 “그렇진 않아. 어떤 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 빛나는 존재가 되면 되는 거지.”
- 이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를 멈췄다.
- “도착했어요, 누나.”
- 눈앞에는 복고풍의 2층 집이 펼쳐졌고 백발의 노인이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 노인은 고개를 돌려 현영을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 “아가.”
- 현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었다.
- 노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너한테 있었던 일들은 다 들었어. 고생했어, 현영아.”
- 눈시울이 시큰해진 현영은 달려가서 노인의 품에 안겼다.
- “외할아버지, 도대체 어딜 가셨다가 이제야 나타나신 거예요?”
- 6년 전, 천성 그룹 자금 절도 사건이 발생한 뒤, 모든 증거가 그녀의 부친을 가리켰다. 이사회에서도 잘리고 재판을 받아야 할 위기에 처했었다.
- 계모와 배다른 동생은 사태가 엄중해지자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녀의 아버지는 결국 자살을 선택헀다.
- 노인이 입을 열었다.
- “나는 줄곧 그해 자금 절도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해 사건이 S그룹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 네 아빠는 누명을 쓴 거야.”
- S 그룹은 해운시 최대 규모의 부동산 회사로 회장 고준성이 바로 고민희의 아버지였다.
- 말을 마친 노인이 서류 봉투 하나를 현영에게 건넸다.
- “아가, 천성 그룹 51퍼센트의 지분이 여기 들어있어. 어떻게 구했는지는 상관하지 말고 받아 둬. 너에게는 꼭 필요할 거야.”
- 현영은 입술을 깨물며 정중히 말했다.
- “아빠를 모함한 범인을 찾고 아빠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외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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