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다
- “이수라고 하는 모델인데 그 옆에 유준수 그 재수 없는 자식도 같이 있었어.”
- “뭐라고? 그년이 감히 바람을 피워?”
- 왕숙희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 “이런 뻔뻔한 년! 그년 어딨어? 내 이 년을 당장 찢어버릴 거야!”
- “그 여자가 그러는데 두 사람 이혼했대!”
- 부경림은 무섭도록 음침한 부태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 “그 여자 말이 사실이야?”
- 부태정은 입을 꽉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정을 하지 않는다는 건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 왕숙희는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미소를 지으며 주절주절 떠들었다.
- “이혼하면 우리야 고맙지! 그래도 눈치는 있네! 내가 인정한 맏며느리는 민희뿐이야! 그년이 뭐라고!”
- 부태정은 어쩐지 오늘따라 왕숙희의 욕설을 듣고 있자니 견딜 수가 없었다.
- “그만해요.”
- 말을 마친 그는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 부경림은 멍한 표정으로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물었다.
- “엄마, 그럼 현영 그 여자 이제 다시 안 와?”
- 왕숙희가 차갑게 코웃음 쳤다.
- “흥! 그년이 여길 어디라고 다시 와! 이혼하더라도 우리 아들이 힘들게 번 돈 한 푼도 주지 않을 거야!”
- 부경림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 갑자기 근처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언제부터 거기 있은 건지, 고민희가 베란다에 서 있었다.
- 그녀는 놀란 부경림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경림아, 안녕.”
- ‘고민희는 재벌집 외동딸이라고 엄마가 그랬으니까 형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거야. 현영 그 여자는 부모도 없는 고아에 형이 벌어 온 돈을 쓸 줄 밖에 몰랐고.’
- 이런 생각이 들자 부경림도 고민희를 향해 살가운 미소를 지었다.
- “민희 누나.”
- 다음 날, 현영은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스럽게 자신을 꾸몄다.
- 그녀는 옷장에 박혀 있던 검은색 H라인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예전에 한번 부태정 앞에서 입은 적 있었는데 부태정이 안 어울린다고 해서 그 뒤로 옷장에만 처박아 두었던 원피스였다.
- 거기에 정교한 메이크업까지 더해지자 한결 카리스마 넘쳤다.
- 부태정과 그녀는 동사무소 앞에서 만났다.
- 현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부태정 씨, 빨리 가시지. 내가 바쁜 몸이라 어차피 할 거, 빨리 끝내.”
- 부태정은 그녀의 미소를 보자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 “이렇게 조급한 거, 그 남자 모델 때문이야?”
-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현영은 잠시 뒤에야 그가 뭔가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 하지만 변명 대신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 “내가 사적인 일까지 다 대답해 줘야 해? 당신이 뭔데?”
- 부태정은 그녀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이제 그녀에게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 “그 사람 좋아해?”
- 그가 꼬치꼬치 캐묻자 현영은 짜증이 치밀었다.
- “그래, 좋아해. 이제 됐어? 그럼 이제 이혼 도장 찍으면 되는 거지?”
- 부태정의 얼굴에 차가운 서리가 내렸다.
- ‘그래, 네가 급하다면 해줘야지.’
- 이혼 절차를 밟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 현영은 모든 일이 끝나자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 오늘부터 두 사람은 아무 상관 없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더는 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 현영은 모든 아픔을 뒤로하고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얼굴을 들고 활짝 웃었다.
- 이때, 검은색 마이바흐가 그녀의 옆에 멈춰 섰다.
- 긴 코트에 캐주얼 정장 바지를 맞춰 입은 이수가 그녀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 “데리러 왔어요.”
- 현영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 “유준수가 오기로 하지 않았어?”
- “형이 오늘 아지트를 통째로 빌렸거든요. 누나랑 파티한다고 지금쯤 준비하고 있을걸요? 그래서 제가 대신 왔죠.”
- 말을 마친 그가 다가와서 그녀의 손에서 핸드백을 받아들었다.
- “누나, 어서 타요. 좋은 곳에 데려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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