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아지트에 들어서자마자 전용 VIP룸으로 향했다. 그들이 들어서자 소파에 앉았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얼굴에 훤칠한 키, 윤곽이 선명한 얼굴과 날카로운 눈매…
그녀를 본 남자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누나, 드디어 다시 만났네요.”
현영은 눈앞의 남자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느껴졌지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잊었어? 6년 전에 너랑 아저씨가 강천시에서 어려운 학생 한 명을 후원했잖아.”
유준수가 귀띔해 줘서야 현영은 기억이 났다.
“네가… 이수?”
남자의 날카롭던 눈매가 부드럽게 풀리더니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저예요.”
이수는 대화를 잘 이끌 줄 아는 아이였다. 유준수는 이수가 현재는 잘나가는 모델이며 이미 빈곤 구역을 나와 해운시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셀럽이 되었다고 했다.
부씨 가문 며느리로 살 때는 온 신경을 집안일에만 쏟아서 TV나 연예계 소식을 전혀 모르고 살았던 현영이었다. 그런데 어릴 때 손을 내밀어 주었던 가여운 새끼 오리가 현재 진짜 백조로 훨훨 날아올랐다니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한참 수다를 떨던 그들은 집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대를 지나는데 어딘가에서 초록색 술병 하나가 현영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더 놀라웠던 건 이수가 날렵하게 몸을 날려 그녀를 품에 안았고 그렇게 술병은 이수의 등에 맞고 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누나, 괜찮아요?”
현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의 등을 살폈다.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술병이 날아온 방향을 쏘아보았다.
범인은 부경림이었다!
“망할 년이 감히 우리 형을 두고 바람을 피워?!”
일진 친구들과 술 마시러 이곳에 왔던 부경림은 현영과 두 남자가 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안에서 무슨 짓을 하기에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
그리고 한참 뒤, 밖으로 나온 그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부경림은 순간 화가 치밀어서 술병을 던진 것이다.
유준수가 소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야, 꼬마! 죽고 싶어?!”
현영이 그의 손을 잡았다.
“내가 할게.”
그녀는 당당한 걸음으로 부경림의 앞에 가서 섰다.
부경림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어차피 다친 사람도 없잖아!”
현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소년을 쏘아보았다. 고요하고 침착한 눈빛이 보는 사람의 등골이 서늘하게 했다.
“언젠가는 너한테 꼭 이 말 하고 싶었어.”
“뭔데?”
“너는 네가 얼마나 징글징글한 인간인지 알아? 내가 너희 형이랑 결혼한 지도 6년이야. 너는 한 번도 나를 형수님이고 불러준 적 없었지. 입만 열면 야, 아줌마 그랬고. 네가 학교 갈 땐 내가 챙겨줘야 하고 네가 하교하면 내가 또 챙겨 줘야 하고, 평소에 나한테 심부름 시키는 것도 부족해서 한 번도 존댓말 한 적 없어. 너 학교는 뭣하러 다니니? 교양은 개한테 줬어?”
현영에게서 처음 듣는 욕설에 부경림은 화가 나서 반박하려 입을 열었다.
“이 망할….”
“입 닥쳐.”
현영이 소년의 말을 자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나랑 네 형 이미 이혼했고 이제 너희 집안이랑 아무 상관도 없어. 내가 누구랑 있든지 내 자유고 넌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도 없어. 계속 도발하고 싶으면 미안한데 미성년도 소년원에 보낼 수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