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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지금 나 놀리는 거지?

  • 부태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 최한결은 그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농담 조로 물었다.
  • “아이고, 내가 살다 살다 검색어 1위에서 네 이혼 소식을 다 보네? 여자한테 배신당한 소감은 어때?”
  • “꺼져.”
  • “현영 씨 좋은 여자야.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현영 씨니까 네 성질 6년이나 참아줬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 널 버렸어.”
  • 부태정이 불쾌한 말투로 대꾸했다.
  •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잖아.”
  • “그래, 그래. 넌 고민희를 좋아했지?”
  • 최한결은 대학 때 고민희와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다.
  • 당사자만 모른다고 그는 처음부터 고민희가 만만한 아가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 하지만 부태정은….
  • 최한결은 현영이 꽤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부태정을 아껴주고 집안 살림 잘하고 힘들어도 불평불만 없이 꾹 참고 견디던, 현영은 그런 여자였다.
  • 부태정이 음침한 표정으로 물었다.
  • “너 나 놀리려고 일부러 전화했지?”
  • “아니, 나는 네 전처가 아지트 1층을 통째로 예약했다고 알려주려 전화한 거야. 그리고 아주 영광스럽게도 내가 그녀의 초대를 받았지 뭐야. 됐어, 나 지금 바빠서 끊는다.”
  •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 부태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이나 핸드폰을 쏘아보다가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서류에만 집중했다.
  • 하지만 이때, 장 비서가 다급히 뛰어들어오며 말했다.
  • “대표님, 노부인께서 돌아오셨습니다.”
  • 한편, 아지트.
  • 사실 현영이 최한결을 초대한 데는 그녀만의 목적이 있었다.
  • 최한결이 부시장의 둘째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주로 해외에서 사업을 경영했고 이번에 천성 그룹에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하려 직접 귀국했다.
  • 하지만 천성 그룹 이사회는 새롭게 떠오르는 샛별을 알아주려 하지 않았고 그를 만나주려 하지도 않았다.
  • 그래서 현영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 그녀는 술잔을 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최한결에게 다가갔다.
  • “최한결 씨, 일 년을 못 만났는데 여전히 잘생기셨네요.”
  • 쭉 째진 눈과 눈웃음은 최한결의 트레이드마크였다.
  • “현영 씨는 많이 변했네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가 2년 전의 그 현영 씨가 맞나 의심이 되네요.”
  • 현영은 술잔을 흔들며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 “사람은 다 변하죠. 어쨌든 앞을 보고 살아야 하잖아요?”
  • 최한결은 일부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 “사실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내가 부태정 절친인 걸 알면서 왜 나를 파티에 초대했는지…. 혹시 현영 씨도 미모에 반한 건가요?”
  • 현영은 농담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을 알기에 화를 내는 대신 남자가 했던 대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잠시 듣고만 있던 최한결의 표정이 갑자기 정중하게 바뀌었다.
  •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부태정은 당신 같은 여자를 내친 걸 꼭 후회하게 될 거예요.”
  • 현영의 얼굴에서 잠시 미소가 사라졌다.
  • “그 사람은 과거일 뿐이에요.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말죠.”
  • “그러네요. 오늘부터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예요! 아름다운 현영 씨, 혹시 저랑 춤 한곡 추실래요?”
  • 최한결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향해 손을 내미는데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 “그만하시죠!”
  • 주스 한 잔을 손에 든 이수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현영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았다.
  • “누나, 술 많이 마시면 머리 아파요.”
  • 최한결을 놀라게 한 건 현영의 태도였다. 그녀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이수의 손에서 주스를 받아 한 모금 들이켰다.
  • 그는 다시 시선을 눈앞의 청년에게로 돌렸다.
  • 역시 톱모델답게 완벽한 외모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
  • 그는 마치 부태정의 비참한 날들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