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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무릎 꿇고 사과해!

  • 현영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 부태정도 꽤 알아주는 회사의 대표이고 부씨 가문도 명망 높은 집안인데 왜 왕숙희에게서는 교양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까?
  • 현영이 입꼬리를 비틀며 대꾸했다.
  • “죄송하지만 말은 똑바로 하세요. 저랑 댁 아드님은 이미 이혼했고요, 저 부씨 집안 돈 한 푼도 받은 적 없어요.”
  • “어디서 거짓말이야!”
  •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왕숙희가 아니었다. 그는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간다는 듯,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 “그럼 일전 한 푼 없는 네가 무슨 수로 이런 고급 샵에 드나들겠어? 다 우리 아들 돈이지. 지금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한다고 해도 나 절대 너 같은 년 용서 못 해!”
  • 무릎 꿇고 사과?
  • 현영은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
  • ‘하긴, 한 번도 정상이었던 적이 없었지.’
  • 더는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현영은 뒤돌아서서 발길을 돌렸다.
  • 하지만 그녀를 곱게 보내줄 왕숙희가 아니었다.
  • “어딜 도망가?!”
  • 왕숙희가 다짜고짜 현영의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 하지만 이미 그녀를 경계하고 있던 유준수는 날렵하게 왕숙희를 밀친 뒤, 현영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 유준수가 일부러 힘주어 밀쳤기에 왕숙희는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 “아이고, 아파!”
  • 그녀는 고개를 들고 유준수를 힘껏 쏘아보며 바닥에 주저앉은 채 대성통곡했다.
  •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내가 이 나이에 새파랗게 젊은 놈한테 맞다니! 아이고 나 죽네!!!”
  •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고 결국 샵 매니저까지 출동했다.
  • 왕숙희는 이때다 싶어 유준수를 가리키며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
  • “저 어린 놈이 날 쳤어요. 아이고 허리야…. 나 죽네….”
  • 왕숙희는 샵 VIP 고객이었기에 매니저도 그녀에게 공손히 대했다.
  • 매니저는 차가운 시선이 현영을 바라보다가 맨 마지막에 이수에게 닿았다. 순간 그의 눈빛이 흠칫 떨렸다.
  • “대….”
  • 하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수가 그의 말을 잘랐다.
  • “저 여자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CCTV를 확인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 매니저의 영리한 눈동자가 반짝 빛나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고 고개를 끄덕였다.
  • “네, 그렇죠. 지금 CCTV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이수를 향한 현영의 궁금증이 더 깊어졌다.
  • ‘이 아이가 정말 시골에서 올라온 빈곤 학생 이수가 맞는 걸까?’
  • 다시 돌아온 매니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왕숙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 “아줌마, 그냥 조용히 가시죠. 안 그러면 경찰 부르겠습니다.”
  • 왕숙희가 놀라서 물었다.
  • “경찰은 왜요?”
  • 매니저가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 “CCTV를 확인해 보니 아줌마가 먼저 손을 댔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하실 수 있죠? 계속 소란을 피우시면 당연히 경찰을 불러야죠. 형사들이 그 영상을 확인하면 누구 편을 들 것 같아요?”
  • 왕숙희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 “무슨 근거로!”
  •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그 모습에 유준수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 “나이도 있으신 분이 왜 이렇게 뻔뻔해요? 우리 현영이가 그 집에 있을 때 그렇게 괴롭히더니, 이제 그 쓰레기 같은 놈이랑 이혼까지 했는데 왜 아직도 현영이 괴롭히세요? 나이 든 여자라 내가 못 칠 것 같아요? 계속 나 자극하면 나도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 유준수의 으름장에 겁에 질린 왕숙희는 몸을 흠칫 떨더니 이를 악물고 현장을 떠났다.
  • 유준수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에게만 강한 파렴치한 여편네! 벌받을 거야!”
  • 이때, 마침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은 유준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현영의 눈치를 살폈다.
  • 현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왜 그런 눈으로 봐? 나랑 연관된 일이야?”
  • “내 친구가 그러는데 장 비서가 6년 전 고민희 교통사고 CCTV를 찾아다닌대!”
  • 그 말을 들은 현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 이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유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 “CCTV요?”
  • 유준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다 고민희 그 악랄한 여자 때문이겠지. 의식을 되찾고 우리 현영이랑 부태정이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서 엄청난 질투를 느꼈을 거야. 그래서 복수심에 부태정한테 현영이가 일부러 자신을 쳤다고 거짓말했고. 부태정 그 멍청한 놈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거야. 정말 어이없지 않아?”
  • 잠시 생각하던 이수가 다시 물었다.
  • “너무 오래된 영상이고, 정말 있다고 해도 부태정이 그걸 찾아서 뭘 하려는 걸까요?”
  • “그러네.”
  • 잠시 생각하던 유준수가 뭔가 생각난 듯, 무릎을 치며 말했다.
  • “고민희 그 양심도 없는 년이 그런 거짓말을 할 정도라면 가짜 영상을 만들어서 너한테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닐까?”
  • 현영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 “부태정이랑 이혼하고 각자 갈 길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순진했네. 그쪽에서 날 곱게 놔주지 않아.”
  • ‘고민희, 네 아빠라는 사람은 우리 아빠한테 누명을 씌우더니 넌 깨어나자마자 나한테 살인죄를 뒤집어씌우려 했지. 참 대단한 부녀야!’
  • 하지만 이번에는 만만하게 당해 줄 현영이 아니었다.
  • 현영이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고민희가 이대로 조용히 산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지만, 또 나를 해치려 하면 나도 가만히 안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