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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오만함의 대가

  • 임연아는 순간 고개를 들고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입을 뻐금거렸다.
  • 박지헌은 짜증스럽게 그녀를 지나쳐 조수석 문을 열었다.
  • 심화연은 아직도 그 자리에 굳어 있는 임연아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 “연아야, 뭐 해? 어서 타!”
  • 임연아는 길게 심호흡한 뒤, 웃으며 할머니에게 인사했다.
  • “할머니, 시간도 늦었는데 어서 들어가세요. 저희 그만 가볼게요.”
  •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면 큰길로 가서 택시를 잡을 생각이었다.
  • 임연아는 오늘 처음으로 자가용을 하나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박지헌은 음침한 표정을 짓고 말없이 그녀를 기다렸다.
  • 임연아의 생각을 눈치챈 건지, 심화연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너희 가는 것만 보고 들어갈게. 어서 타.”
  • 임연아가 머뭇거리자 짜증이 치민 박지헌이 차갑게 그녀를 재촉했다.
  • “빨리 안 타고 뭐 해?”
  •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차에 올랐다. 차 문을 닫은 박지헌이 심화연에게 말했다.
  • “이제 들어가세요.”
  • 심화연은 인상을 쓰며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타기나 해!”
  • 박지헌은 할머니의 이런 차별 대우를 이해할 수 없었다.
  • 그는 말없이 뒤돌아서 차에 올랐다.
  • 차 안에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서로의 숨소리만 조용한 차 안을 울렸다.
  • 그와 한시라도 같이 있기 싫었던 임연아는 차가 저택을 벗어나자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 “차 세워요.”
  • 명령하는 듯한 말투에 박지헌이 가소롭다는 듯이 따져 물었다.
  • “급하게 갈 곳이라도 있나 봐? 당신 새 남자 생겼어?”
  • 임연아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 “막상 이혼하려니까 아쉬워요? 그래서 집까지 데려다주려고요?”
  • 끼익!
  • 차가 도로 중앙에 멈춰 섰다!
  • 임연아는 박지헌의 똥 씹은 표정에도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 “이혼하고 싶으면 서류부터 빨리 처리해 주세요. 내가 갑자기 마음이 변해서 이혼 안 하고 버틸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 말을 마친 그녀는 차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 찰칵!
  • 차 문이 안으로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 임연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남자를 쏘아보았다.
  • “뭐 하자는 거죠?”
  • 박지헌이 냉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 “임연아, 할머니가 항상 당신 편일 거라 생각해?”
  • “당신은 여전히 내가 고자질했다고 생각하는군요.”
  • 임연아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하지만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당신은 이혼이 목적 아니었나요? 박지헌 씨, 정확한 날짜 문자로 보내요. 늦지 않게 법원에 도착할 테니까.”
  • 박지헌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를 아래위로 쓸었다.
  • “이혼할 때 할머니한테 따로 고자질하려는 건 아니지?”
  • “당신 머리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네요.”
  • 어이없는 질문에 임연아도 짜증이 치밀었다.
  • “이것저것 신경 쓰다가는 올해가 다 가도 이혼 못 해요. 그러니까 내일 시간 되냐고요?”
  • 박지헌의 냉랭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 “시간 날 때 사람 보낸다고 저번에도 얘기했잖아! 그만하고 그만 꺼져!”
  • 임연아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 “내가 타고 싶어서 타고 있는 줄 아세요? 박지헌 씨, 당신 언젠가는 그 오만함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 말을 마친 그녀는 더는 미련 없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출발하려는 박지헌을 향해 비웃음을 날려준 뒤, 일부러 차 문을 닫지도 않고 손을 흔들었다.
  • “잘 가요.”
  • 뒤에서 박지헌의 이를 가는 고함이 들려왔다.
  • “임연아!”
  • 냉소를 머금은 임연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갓길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더니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골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 두 시간 뒤, 회사에 도착한 박지헌은 서류와 씨름하고 있었다.
  • 이때 다급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 “보스, 임연아 씨는 무사히 들어가셨습니다. 제가 뒤에서 지켜봤는데 누구를 만나러 가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 임연아 얘기가 나오자 박지헌의 표정이 또다시 음침하게 굳었다. 날이 선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임연아를 씹어먹을 것처럼 위험하게 빛났다.
  • 예전과 다르게 당돌해진 그녀를 생각하면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 “앞으로는 지켜볼 필요 없어!”
  • 경호원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은 박지헌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다시는 임연아에 관한 어떤 소식도 듣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