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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무슨 속셈이야?

  • 그 모습을 본 임채연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박지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 “지헌 씨, 너무 그러지 마. 연아가 뭔가 오해하고 있나 봐. 나 때문에 두 사람 싸우는 거 싫어.”
  • 임연아는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임채연을 바라보았다. 뼛속까지 이기적인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뻔뻔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 ‘역겨워!’
  • 그녀는 박지헌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을 가로챘다.
  • “채연 언니가 현성그룹 사모님 자리 넘본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요? 이러지 말고 빨리 결혼하지 그래요? 나한테 역겨운 사진 보내게 하지 말고!”
  • 사진 얘기가 나오자 임채연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 “연아야,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난 너희 가정을 파탄 낼 생각 없어. 지헌 씨도 내가 자신 때문에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죄책감에 보살펴 준 거야. 우리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 박지헌은 더 이상 말도 섞기 싫다는 듯이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 “저 여자한테 일일이 해명할 필요 없어. 가자.”
  • 임연아는 임채연의 손을 잡고 떠나는 박지헌의 앞을 가로막았다.
  • “지금 당장 이혼서류를 법원에 제출하죠? 그래야 서로 껄끄럽게 얼굴 마주칠 일 없이 각자 갈 길을 가죠.”
  • 임채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이미 이혼했다고 장담했던 박지헌이었다. 그런데 서류를 처리하지도 않았다니?
  •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연아야, 나랑 지헌 씨…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우리가 만나는 게 그렇게 싫으면 앞으로 다시 안 만날게.”
  • 고개를 돌린 그녀는 울먹이는 눈빛으로 박지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 “지헌 씨, 미안해. 나 때문에 싸우지 말고 연아랑 잘 화해해. 난 먼저 갈게. 연아 잘 달래줘. 연아는 마음이 여려서 금세 화 풀 거야.”
  • 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밖으로 향했다.
  • 얼음장 같은 박지헌의 시선이 임연아에게 향했다. 그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 “지금 그딴 거 처리할 시간 없어. 비서 시켜서 연락하라고 할 테니까 당신은 준비나 잘하고 있어.”
  • 말을 마친 그는 곧장 임채연에게 달려갔다.
  •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소현은 그가 떠나자마자 냉랭한 표정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 “연아야, 이혼하기 정말 잘했어. 저런 쓰레기한테 네가 너무 아까워.”
  • 법조계의 거물 재인이 이런 취급을 받고 살 이유가 없었다!
  • 아까는 가정사라 입을 꾹 닫고 있었지만 생각 같아서는 임채연의 가식적인 면상에 주먹이라도 꽂고 싶었다!
  • 정말 여우도 이런 불여우가 없었다!
  • “소현아, 박지헌이 소송에서 지면 1조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지?”
  • 임채연을 호되게 두들겨 패는 상상에 빠져 있던 소현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그래. 그런데 왜?”
  • 임연아는 창밖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한태준 측에 연락해서 스케줄 잡아. 이 사건 내가 맡을 거야.”
  • 서현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더니… 너 설마 박지헌에게 복수하려는 거야?”
  • 임연아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 “변호사가 사적인 감정을 사건에 개입하면 쓰나. 단순히 이 사건에 관심이 생겼어.”
  • 그녀는 항상 어려운 사건을 맡을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 게다가 이제 이혼한 사이에 그쪽 사정을 봐줄 필요도 없었다.
  •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소현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 “하지만… 왜 굳이 한태준을 돕겠다는 거야? 너 현성그룹 안주인이잖아. 박지헌은 네가 한때 모든 것을 내려놓을 만큼 사랑했던 남자잖아….”
  • 임연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너도 그랬잖아. 다 지나간 과거일 뿐이라고. 그리고 나 곧 이혼해.”
  • “정말 이혼한다고?!”
  • “그래.”
  • 고개를 끄덕이는 임연아에게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 “이 사건 내가 맡으면 다시 되돌릴 수도 없어.”
  • 소현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너 예전에는 공판에 참여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이 사건 당사자인 한태준은 변론 준비부터 공판까지 전부 네가 맡기를 원해… 네가 현성그룹 안주인이라는 것을 한 대표가 알면… 너한테 신뢰를 잃을 게 분명한데….”
  • “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할게.”
  •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소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면 스케줄은 내가 알아서 잡을게. 그쪽 법무팀은 너도 알지? 네 학교 선배 이준 씨야. 서로 아는 사이니 일을 진행하는데 별문제는 없을 거야.”
  • 소현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임연아의 모습에 안도를 느끼며 그녀의 팔에 팔짱을 꼈다.
  • “연아야, 이따가 우리 집 가자. 내가 요리해 줄게.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됐는데 축하 파티는 해야지?”
  •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카페를 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박지헌의 눈에서 냉기가 뚝뚝 흘렀다.
  • ‘임연아,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
  • 한편, 소현의 집에서 맛있게 식사한 임연아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 저택으로 돌아오자 굳은 표정을 한 고용인이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 “아가씨, CCTV를 확인해 봤는데 누군가 아가씨 뒤를 따라온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