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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자유

  • 임연아는 무심한 듯, 고개만 끄덕였다.
  •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따라오기만 할 뿐, 악의는 없을 거예요.”
  • 그녀는 피곤함을 느끼며 잠자리에 누웠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잠이 솔솔 왔다.
  • 예전에는 그 사람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했지만 정작 헤어지고 나니 체념한 듯,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 혼자 잠들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 흔한 꿈도 꾸지 않고 푹 자버렸다.
  •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그녀의 단잠을 깨웠다.
  • 임연아는 맑은 정신으로 출근 준비를 하고는 식탁에 마주 앉았다. 한식 위주의 아침상을 마주하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 그녀는 한식을 좋아했지만 박지헌은 서양식 아침을 선호했다. 그녀는 먹는 것까지 그의 취향에 맞추었다.
  • 하지만 지금은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 아침 식사를 마치자 소현에게서 연락이 왔다. 태진그룹 법무부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는 내용이었다. 외출 준비를 마친 임연아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 그녀의 저택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남자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보스,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 “따라붙어.”
  • 박지헌이 음침한 얼굴로 지시했다. 임연아가 자신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이제 와서 이혼을 재촉하는 그녀가 너무 낯설었다.
  • 임연아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먼저 도착한 이준이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
  • “선배, 일찍 왔네요.”
  • 놀라서 고개를 든 이준은 임연아를 알아보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 “임연아?”
  • 임연아는 담담한 미소를 머금고 자기소개를 했다.
  • “일할 때는 재인이라고 불러주세요.”
  •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이준이 경악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 “연아 너….”
  • 예전부터 공부도 잘하고 능력이 뛰어난 이 후배가 좋았다. 하지만 그녀가 바로 재인이라니!
  • 대학 시절 느꼈던 설렘 때문일까, 이준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 두 사람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 멀지 않은 곳 차 안에서 박지헌이 음침한 얼굴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 그는 임연아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그리고 곧 이혼할 예정인 그의 아내가 그 남자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박지헌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임연아의 목을 비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그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 하지만 그의 속을 알 길 없는 임연아는 업무 회담을 마친 뒤, 이준과 간단히 밥까지 먹고 헤어졌다.
  • 그녀가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해는 이미 저물어 있었다.
  • 고용인들은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 그녀의 짐을 깨끗이 정리하고 물품 리스트를 작성해서 그녀에게 건넸다.
  • 리스트에서 빠진 물건을 발견한 그녀는 습관적으로 목을 매만지다가 표정이 돌변했다.
  • ‘내 목걸이!’
  • 그녀가 항상 소중하게 하고 다니던 목걸이가 사라졌다.
  • ‘급하게 나오느라 깜빡하고 안 가져온 걸까?’
  •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박지헌의 저택으로 향했다.
  •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연 순간, 그녀의 화장대 앞에 서서 멍한 표정으로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 임연아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뒷모습을 쏘아보았다. 결혼하고 3년 동안 한 번도 안방에 발을 들인 적 없던 박지헌이었다. 그랬던 그가 그녀가 선물로 줬던 시계를 들고 멍 때리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는 문을 여는 소리도 듣지 못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