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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익숙한 두 사람

  • 소현과 임연아는 시내의 커피숍에서 만났다.
  • “내가 맡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했어?”
  •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은 임연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소현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 “이유나 들어보자.”
  • “그게…”
  • 소현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느긋한 표정으로 보고를 듣고 있던 임연아가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 “재밌는 사건이네. 그래서 누구와 누구의 싸움이야?”
  • “그게… 네가 알아도 별 의미가 없는 사건이라….”
  • 임연아는 고개를 들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소현을 바라보았다.
  • “쌍방 모두 상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야. 얽힌 인물이 많기도 하고… 치열한 기 싸움을 하다가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하고 법정 싸움까지 가게 된 거지. 우리에게 의뢰를 제안한 쪽은 태진그룹 한 대표님이야. 그리고 그 상대는….”
  • 소현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네 남편이고!”
  • 줄곧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임연아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 소현은 잔뜩 긴장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 “아무리 거액의 의뢰 비용을 제안했다지만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 사건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더 아깝네.”
  • 임연아는 커피잔을 바라보며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 그 모습을 본 소현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위로했다.
  • “너무 실망하지 마. 재인이 복귀하신다는 소문만 돌면 의뢰인들이 줄을 설 텐데 돈 버는 건 시간문제지! 그런데 너 정말 이혼했어?”
  • 임연아는 입꼬리를 살짝 말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 “그 인간이 내 인생에서 사라져야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어.”
  • 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확인한 소현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 “드디어 생각을 바꿨구나! 네가 그 인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며 내내 마음이 아팠는데 잘됐어!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이혼 진심으로 축하해!”
  •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커피숍에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임연아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
  • 검은색 정장에 하얀 셔츠, 소매의 은빛 단추가 눈부시게 빛났다. 존재만으로 모두를 압도하는 남자.
  • 그의 옆에서 하얀 원피스에 긴 생머리를 찰랑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 임연아에게서 남편을 빼앗아 간 사촌 언니, 임채연이었다.
  • 임연아의 입가에 비웃음 가득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이혼서류에 도장도 채 마르지 않았는데 벌써 내연녀를 끼고 거리를 활보하다니!’
  • 임연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소현의 얼굴도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 “저 두 사람은 여기 왜 왔대?”
  •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일까, 박지헌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을 발견한 그의 얼굴도 차갑게 굳었다.
  • ‘어쩐지 어제 순순히 사인하더라니! 별장을 준다는데도 거절하고… 내 주변을 맴돌며 기회만 엿보고 있었구나!’
  • 그와 시선이 마주친 임연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소현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런데 이때, 역겨울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렸다.
  • “연아 너도 여기 커피 좋아하는구나?”
  • 임채연은 어느새 그들에게 다가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임연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 임연아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겉보기에 이렇게 온순한 이 여자가 한 달 사이에 동생에게 남편과 바람 피우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수십장이나 발송했다는 것을 누가 믿을까?
  • 임연아는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 “언니 언제 퇴원했어? 3년이나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던 사람이 벌써 퇴원하고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의학계의 기적이네!”
  • 자극적인 발언에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힐끔거렸다.
  • 임채연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는 듯싶었으나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박지헌을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 “이게 다 지헌 씨가 매일 찾아와서 말 걸어 준 덕분이래. 지헌 씨가 포기하지 않고 내 옆에 있어 줬기에 진심이 통한 거지. 이제 말끔히 다 나았어.”
  • 임연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지헌에게 고개를 돌렸다.
  • “내 전남편이 기적을 일으킬 줄은 나도 몰랐네! 그 열정으로 의학을 공부했으면 유명한 의사가 되었을 텐데 말이야!”
  •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임연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경멸에 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그들의 귀까지 전해졌다.
  • “전남편? 그럼 저 청순가련한 여자가 내연녀라는 말이야? 그것도 사촌 동생의 남편을?”
  • “와! 가족관계 한번 복잡하네!”
  • “그래 놓고 뻔뻔하게 동생 앞에서 자랑하네? 정말 사람은 얼굴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야!”
  • 박지헌의 표정이 험상궂게 구겨졌다.
  • “임연아, 나한테 그렇게 집착하더니 그게 안 먹히니 이제는 밀당이라도 하려는 거야?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때는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 임연아는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 “무슨 짓? 언제는 나한테 잘해준 것처럼 얘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