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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나를 아내로 생각한 적 있나요?

  • 박지헌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 ‘내가 이럴 줄 알았지!’
  • 박지헌은 이혼을 서둘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매일이다시피 전화해서 자신을 괴롭히는 할머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임채연의 눈빛도 냉랭하게 굳었다.
  • ‘임연아가 왜 여기에?’
  • 이미 눈까지 마주쳤는데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 임채연은 숨을 고른 뒤, 가식적은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 “연아야.”
  • 임연아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찰싹 달라붙어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비웃음을 머금었다.
  • “이런 곳에서 다 보네.”
  • 임채연은 임연아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박지헌이 못마땅했지만 그가 보는 앞에서 티를 낼 수도 없었기에 단아한 미소를 지었다.
  • “연아야, 지헌 씨 찾아온 거지? 마침 우리도 밥 먹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같이 먹을래? 저번에 너 선배랑 같이 커피 마신 일로 지헌 씨가 속상해했어.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 임연아는 헛웃음만 나왔다. 언제부터 박지헌과 그녀가 우리였던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주면서 임연아가 박지헌을 두고 바람을 피운 것처럼 대화를 유도했다. 정말 대단한 뻔뻔함이었다.
  • 그녀는 표정이 점점 싸해지는 박지헌을 힐끗 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 “난 할 얘기 없어. 두 사람 데이트하는데 낄 생각도 전혀 없고.”
  • “정말 할 얘기 없어?”
  • 박지헌이 차갑게 물었다.
  • 그가 내일 법원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하려던 찰나, 출입문이 열렸다.
  • 그들의 시선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한태준에게 향했다. 임채연은 준수한 얼굴의 한태준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 임연아도 고개를 돌리고 한태준을 바라보았다. 그녀 앞에 다가온 한태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왜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기다려요?”
  • 임채연의 눈이 충격으로 휘둥그레졌다.
  • ‘지헌 씨 만나러 온 거 아니었어?’
  • 박지헌도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 ‘한태준은 또 언제 만났지?’
  • 임연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이분들 올라가고 올라가려 했어요.”
  • 한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박지헌 일행을 바라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 “박 대표도 여기 있었네요.”
  • 말을 마친 그는 임연아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같은 층 가는 것 같은데 같이 탈까요?”
  • 그는 박지헌을 물 먹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화가 치미는데 꾹 참고 있는 표정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 임연아의 입가에 잠깐 경련이 일었지만 그녀는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 말을 마친 그녀는 먼저 걸음을 옮겼다.
  • 한태준도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퍼렇게 굳은 박지헌의 표정을 보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박 대표님, 안색이 안 좋은데요?”
  • “한 대표가 우리 집사람을 따로 만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 박지헌은 딱딱하게 대꾸하며 임연아를 노려보았다.
  • 임채연은 가슴이 철렁했다.
  • ‘배신감에 화가 난 건가? 하지만 내일이면 이혼할 사이에 무슨 상관이지?’
  •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사랑이 아닌 남자의 소유욕일 거라 확신했다.
  • 한태준은 놀란 얼굴로 박지헌에게 되물었다.
  • “박 대표님 아내분이시라고요?”
  • 임연아는 박지헌의 팔짱을 낀 임채연이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 그녀는 당당하게 턱을 치켜들고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머금었다.
  • “아직도 나를 집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임연아는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한태준은 그 자리에 꼼짝도 않는 두 사람을 힐끗 보고는 얄미운 말투로 물었다.
  • “두 분은 다음 거 타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