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익숙한 목소리
- 심화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박지헌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
- “너 때문에 애가 상처를 받았으니까 그렇지! 무슨 일이 있어도 연아 마음 돌려놔!”
- “할머니, 이미 결정한 일이에요.”
- 박지헌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 “너… 이 할미가 죽는 꼴 보고 싶어?”
- 노인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자 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 “그만들 해! 네 할머니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 보이니까 그만 데리고 집에 돌아가야겠어. 너도 성인이니까 집안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 “네.”
- 심화연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 회장이 그녀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
- “이거 놔요! 내 말 아직 안 끝났다고요!”
- 하지만 박 회장의 우악스러운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심화연은 끌려가면서 사무실을 향해 소리쳤다.
- “내가 분명히 말했어! 이혼은 절대 안 돼!”
- 잠시 후, 혼자가 된 박지헌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손가락에 낀 반지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 앞에서 금슬 좋은 부부 행세를 하기 위해 한 번도 손에서 빼지 않았던 반지였다. 눈에 띌 때마다 짜증만 치밀었다.
- 그는 인상을 쓰며 반지를 빼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 그러자 뭔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박지헌은 늘 끼던 반지를 빼버려서 아직 적응이 안 된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
- 5일이라는 시간은 빨리도 흘러갔다.
- 임연아는 며칠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가끔 절친인 신유정과 수다를 떨거나 소현과 일과 관련된 얘기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 저번에 식사가 끝난 뒤로 줄곧 연락이 없던 한태준에게서 문자가 왔다.
- 한태준: [재인 씨, 시간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할래요?]
- 임연아: [한 대표님은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 한태준: [미인과 식사할 시간은 차고 넘치죠.]
- 임연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 일 없이 약속을 잡을 남자가 아니다.
- 임연아: [그냥 밥이나 먹자고 부른 건 아닐 테고, 무슨 일 있어요?]
- 한태준: [주소 좀 찍어줄래요? 제가 모시러 갈게요. 오 회장 환갑잔치랑 소송 때문에 할 얘기가 있어서요.]
- 임연아: [장소만 찍어주세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
- 그녀는 자신의 거처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물론 한태준이 마음먹고 조사하면 금방 들통날 것은 알고 있었다.
- 임연아는 한태준이 보낸 시간과 장소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 효성그룹 회장인 오 회장의 환갑잔치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릴 테고 모두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파티에 참석한다. 한태준은 무슨 목적이 있으며, 그녀는 어디까지 그와 합을 맞춰야 할까?
-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와 손을 잡아서 원하던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 임연아는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자 마침 한태준의 차가 보였다.
- 그는 창을 내리고 임연아를 바라보았다. 벚꽃 무늬의 프릴 원피스를 입고 나온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 “택시 타고 다니는 게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제가 차 한 대 선물해 드릴까요?”
- 임연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차가 필요하지만 덥석 받을 수는 없었다.
- “아니요. 제가 장롱면허라서요.”
- 한태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주차하고 갈게요.”
- 임연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안으로 들어갔다.
- 종업원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 임연아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 “두 명이요. 예약하고 왔어요.”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들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