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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허황된 꿈

  • 그러자 임채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지헌 씨, 그런 모임에는 항상 임연아를 데려갔잖아. 모두의 앞에서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줬어. 그룹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면서. 그런 사람이 나를 데리고 가겠어?”
  • 주예린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 쳤다.
  • “이제는 상황이 다르잖아.”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 주예린은 딸의 손목을 잡아끌며 정색해서 말했다.
  • “과거의 임연아라면 그런 대접을 받아도 과분하지 않지. 하지만 네 아빠한테 재산을 전부 빼앗긴 그 집안이 무슨 힘이 있겠어? 이제 현성그룹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너야. 알겠어?”
  • “하지만 그러면… 지헌 씨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을까? 엘케이그룹 가세가 기울자마자 임연아를 내치면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클 텐데. 그럴수록 사람들 앞에서 사이좋은 부부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을까?”
  • “풉! 채연이 네가 아직 사회를 몰라서 그래. 지금 사회는 돈 있는 자가 갑이야. 현성그룹이나 태진그룹에는 미치지 못해도 부안시에서 네 아빠도 꽤 영향력 있는 인물이야. 박 회장이 임연아와의 결혼을 허락한 것도 엘케이그룹이 가진 힘 때문이 아니겠어? 강자와 강자의 결합은 더 큰 이익을 가져오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지?”
  • 임채연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주예린은 그녀를 다그쳤다.
  • “예전에 지헌이가 너 보러 올 때는 사람들 눈치를 봤잖아. 하지만 지금은 어때? 대놓고 드나들었지? 그래도 박 회장은 가만히 있잖아. 너희들 사이를 동의했다는 뜻 아니겠어?”
  • 임채연이 금방 의식을 회복했을 때, 박 회장은 적당히 하라고 조용히 경고했었다.
  • 잠자코 듣고만 있던 임채연이 입을 열었다.
  • “엄마 말도 일리가 있네. 내가 지헌 씨한테 얘기해 볼게.”
  • 그들이 한창 무지갯빛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현성 그룹 대표 사무실에서는 화약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 쾅!
  • 심화연은 분노한 표정으로 책상을 콱 내리쳤다.
  • “뭐? 연아랑 이혼한다고?”
  • 박 회장은 인상을 구기며 아내에게 주의를 주었다.
  • “소리 좀 낮춰. 체통 없이.”
  • 남편의 나무람에 심화연은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 “내가 체통이 없어요? 그럼 나랑 몇십 년 동안 같은 방을 쓴 당신은요?”
  • 박우진 회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당신이랑 싸울 마음 없어! 여긴 회사야! 소리 낮춰! 이럴 줄 알았으면 데리고 오지 않는 거였는데.”
  • 박지헌은 굳은 표정으로 조부모를 바라보고 있었다.
  • 잠시 후, 박우진 회장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이혼하는 게 맞아. 엘케이그룹은 이미 주인이 바뀌었으니까. 임채연이 진짜야.”
  • 심화연은 어이없는 상황에 이를 갈았다.
  • “허튼소리! 임채연 걔는 여우라니까요! 당신 눈이 멀었어요?”
  • “걔가 어떤 인간이든 관심 없어. 하지만 채연이 걔가 지헌이 살렸고 지헌이가 결혼을 약속했으니 우리가 거두는 게 맞아! 엘케이그룹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원자재 사업은 국내 1위를 놓친 적 없어. 그런 회사와 손을 잡으면 우리에게도 남는 장사라고.”
  • 자신이 아끼던 손자며느리가 곧 내쳐질 거라고 생각하자 심화연은 속에서 열불이 났다!
  • 그녀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책상을 쾅쾅 내리쳤다.
  •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현성그룹에 돈이 부족해요? 죽어서 그 돈 다 가져갈 거예요? 곧 떠날 사람이 왜 아직도 돈 욕심이 그렇게 많아요? 나는 절대 이혼 동의 못 해요!”
  • 박지헌은 굳은 표정으로 박 회장을 바라보았다. 왜 할머니를 데리고 왔냐고 탓하는 눈빛이었다.
  • 박 회장도 짜증이 치밀었다. 그의 눈에 심화연은 말도 안 통하는 막무가내로 보였다.
  • 하지만 박 회장 부부는 사실 말다툼이 잦아도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 박지헌은 심화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할머니, 제가 매정하게 집사람을 내치는 게 아니에요. 연아가 이혼을 원하고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