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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반격의 시작

  • 임연아는 핸드폰을 흔들며 가볍게 인사했다.
  • “다음에 봐요.”
  • 말을 마친 그녀는 한태준이 반응하기도 전에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레스토랑을 나갔다.
  • 소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한태준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보인 뒤, 다급히 임연아을 쫓아 밖으로 나갔다.
  • 차에 오른 소현은 바로 시동을 걸지 않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임연아를 바라보았다.
  • “너 설마 박지헌이랑 이혼하고 한태준 이용해서 외로움을 달래려는 건 아니지? 한태준은 안 돼. 또 상처받을 거라고.”
  • 임연아는 멈칫하더니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사랑인데 내가 누구랑 연애를 해?”
  • 게다가 그 한태준이 그녀에게 관심 있을 리 없었다.
  • 임연아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 “괜한 걱정이야. 내가 원한다고 해도 한태준이 나 안 만나줄걸?”
  • 소현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 “거짓말 아니지?”
  • “당연하지.”
  • 소현은 한참이나 그녀를 바라보다가 차에 시동을 걸고 한숨을 내쉬었다.
  • “남자는 다 똑같아! 우리 여자들은 스스로 강해져야 해! 연아 너는 능력도 있으니까 괜히 남자한테 끌려다니지 마.”
  • 소현은 무척 진지한 표정이었다. 변호사와 비서의 관계가 아닌 친구로서 진심으로 걱정돼서 하는 말이었다.
  • 임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걱정하지 마. 이제 남자한테 흔들릴 일도, 끌려다닐 일도 없어. 이번 사건이 박지헌에 대한 반격의 첫걸음이야. 나 믿어.”
  • 소현은 그제야 안심한 표정으로 핸들을 꺾었다.
  • “나는 너 믿어!”
  • 임채연의 집.
  • 식사를 마친 임채연 가족들은 거실에서 차를 마셨다. 임채연은 얼굴에 생기가 넘치는 것이 전혀 한 달 만에 퇴원한 사람 같지 않았다.
  • 임채연의 모친인 주예린은 굉장한 미인이었다. 사십이 넘은 나이에도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삼십 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의 미모를 자랑했다.
  • 임채연은 엄마의 옆에 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엄마,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아. 지헌 씨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여.”
  • 여자의 직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것이 불길한 예감일수록 더욱 그랬다.
  • 주예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왜 그렇게 생각해?”
  • 임채연은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 “요즘 지헌 씨… 임연아에게 계속 끌려다니는 느낌이야. 어제 본가에 임연아랑 같이 갔어.”
  • 주예린이 표정을 구겼다.
  •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임연아 그 뻔뻔한 년이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 임채연도 이를 갈았다.
  • “어제저녁에 내가 같이 있어 달라고 했는데 마지못해 남는 눈치였어. 입으로는 나 위로한다고 하는데 지헌 씨가 점점 멀게만 느껴져. 이혼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을 때도 대답을 피했어. 나랑 결혼할 거라고 약속은 했지만 느낌이 안 좋아. 임연아 때문에 일이 틀어질 것 같아.”
  • 주예린의 눈빛이 음침하게 빛났다.
  • “임연아 고년이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영악한 년인 줄은 몰랐는데. 그 집 어르신은 임연아만 예뻐하니… 골치가 아프구나! 채연아, 이제 네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어.”
  • 임채연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 주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딸의 볼을 쓰다듬었다.
  • “내 딸이 이렇게 예쁜데 당연히 만인의 사랑을 받아야지.”
  • “그게 무슨 소리야?”
  • 임채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자, 주예린이 말했다.
  • “열흘 뒤면 오 회장 환갑잔치잖아. 지헌이한테 파트너의 자격으로 파티에 나가겠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