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한태준
- 승소에 자신 있다.
-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발언을 했다.
- 하지만 한태준은 그 말에 믿음이 갔다.
- 그는 약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앞에 앉은 아름다운 여자를 바라보았다.
- 예쁜 여자는 액세서리라고들 말하지만 이 여자는 어떻게 설명할까?
- 그녀가 진짜 소문으로만 듣던 재인이라면 절대 얕볼 수 없는 상대였다!
-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들어드리겠습니다.”
- 임연아는 손을 모아 식탁에 올리고 자세를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남자의 침착한 표정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 “10일 뒤에 오 회장님 환갑잔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 한태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죠.”
- 임연아는 결 좋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 “혹시 미리 생각하고 계신 파트너가 있나요?”
- 한태준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지만 그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재인 씨를 파트너로 모실 수 있다면 제 영광이죠. 늦지 않게 모시러 가겠습니다. 주소 좀 주시겠습니까?”
- 임연아는 주스로 목을 축이고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었다.
- “그건 좀 재미가 떨어지죠. 제가 한 대표님 계신 곳으로 갈게요. 그리고 같이 출발하죠.”
-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소현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얘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태진그룹의 한태준 대표는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났다.
-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만남을 가졌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싫증 난다고 차버리기 일쑤였다.
- 박지헌과는 다른 유형의 나쁜 남자였다.
- 박지헌은 임채연에게 정신이 팔려 임채연 주변만 맴돌지만 한태준은 한 번도 여자가 끊이지 않은 인물이었다.
- 그리고 오 회장의 환갑잔치는 재인 로펌 대표의 신분으로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한태준과 엮이려는 걸까?
- ‘한 대표 집에서 출발한다고?’
- 소현은 걱정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일만 잘하고 연애 방면에는 순진한 토끼나 다름없는 자신의 절친이 늑대 소굴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그녀는 다급히 식탁 밑으로 임연아의 발꿈치를 찼다.
- 하지만 그러든지 말든지 임연아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소현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 그녀는 임연아를 힘주어 쏘아보며 힘껏 발을 들었다.
- 한태준의 까만 눈이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그러더니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 “저야 편해서 좋죠.”
- 임연아는 소현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기소는 언제 하실 생각이세요?”
- 한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 “원래는 일정을 앞당길 생각이었지만… 파티가 끝난 뒤에 기소하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요?”
- 소현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두 사람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속을 알 수 없어 갑갑했다. 게다가 한태준의 비서에게서 그가 오후에 외부 일정이 있다고 했는데 저놈은 전혀 급한 기색이 없었다.
- ‘그러니까 연아를 파트너로 파티에 가서 박지헌을 물 먹이고 기소를 한다는 건가?’
- 그리고 피고로 법정에 선 박지헌은 원고의 변호인으로 나온 전처를 보게 될 것이다.
-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무서운 놈이야!’
- 임연아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기소는 대표님 생각대로 하시죠. 이제 일 얘기도 끝났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서 잠이나 보충해야겠네요. 어제 사건 보느라 잠도 못 잤거든요. 앞으로 추가 자료가 있으면 소현 씨에게 보내면 됩니다. 그럼.”
- 한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쿨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미 승소라도 한 것처럼 여유가 넘쳤다. 예전에 만났던 임연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 과거의 그녀는 항상 조용히 박지헌의 뒤에 서 있었다. 아름다웠지만 영혼을 잃은 인형처럼 전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 하지만 오늘 본 임연아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으며 숨 막히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 한태준은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 “혹시 RPG 게임 좋아해요? 시간 되실 때 같이 할래요?”
- 임연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 “제가 알던… 한 대표님이랑은 많이 다르네요. 하지만 저는 게임을 하지 않습니다.”
- 한태준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SNS를 내밀었다.
- “팔로우 정도는 괜찮죠?”
- 임연아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 한태준은 목이 타는 것을 느끼며 여유롭게 보이며 애썼다.
- “무슨 일 있으면 서로 연락할 수도 있고… 제가 ‘좋아요’도 많이 눌러드릴게요.”
- 임연아는 어린애같이 구는 남자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 “대표님, 이혼한 여자랑 너무 가깝게 지내는 건 보기 안 좋습니다.”
- 한태준은 핸드폰에 그녀의 번호를 저장하며 말했다.
- “박 대표 그놈을 물 먹일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재인 씨는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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