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8화 가짜 결혼

  • 말을 마친 그녀는 속으로 남몰래 기뻐했다. 윤시진은 지금 나를 시험하는 건가? 다행히 똑똑한 그녀는, 설령 열 명이 넘는 남자친구를 사귀었었어도,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 그러나 윤시진의 안색은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그 꿈이 할아버지가 한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깨어난 뒤 그에게 안씨 가문의 큰 아가씨와 혼인하라고 했을 때, 그는 자신이 찾는 사람인 줄 알았다.
  • 하지만 지금 보니, 아닌 것 같았다.
  • “안예빈 씨, 제가 오늘 당신을 만난 것은 거래를 하나 하기 위해서입니다.”
  • 이어 그는 계약서 하나를 안예빈의 앞으로 내밀었다.
  • 안예빈은 단 한 번도 이런 남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녀와 약속을 잡은 것은 좋아해서가 아니었던가? 왜 갑자기 거래 이야기지?
  • 그는 의아한 눈으로 손안의 계약서를 쳐다봤다. 세 페이지 중, 그녀는 가장 간단한 것만 알아봤다.
  • “윤시진 씨, 지금 저더러 당신과 가짜 결혼을 하라는 것입니까?”
  • 윤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 “가짜 결혼의 기한은 일 년으로, 저에겐 조기 해약 권한이 있으며, 제가 해약을 하기 전까지, 당신은 윤씨 가문 사모님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계약이 해지 된 뒤에는 따로 60억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안예빈은 윤씨 가문 사모님의 권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남자는 A 시에서 아주 유명했고, 얼마나 많은 여자가 그와 결혼하고 싶어 했던가.
  • 그의 이름을 내건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더는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고, 게다가 안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그녀를 다른 눈빛으로 볼 것이 분명했다.
  • 어쩌면 할아버지가 안씨 가문의 계승권을 그녀에게 넘겨줄지도 몰랐다.
  • 그러다 만약 그 1년 사이에, 그녀와 윤시진의 사이가 좋아져 제대로 된 윤씨 가문 사모님이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었다.
  • 그녀는 마음속으로 감격을 금치 못했지만, 겉으로는 아주 평온한 얼굴을 하며 마음속의 기쁨을 있는 힘껏 내리눌렀다.
  • “대표님, 왜 저인가요?”
  • 분명 자신의 미모 때문이라 생각해, 그녀는 자신감 넘치게 가슴을 내밀며 더욱 아름답게 미소를 지었다.
  • “병세가 위중하신 할아버지의 바람이시기 때문입니다. 전 그 분의 소원을 이루어드리고 싶어요.”
  • 윤시진은 줄곧 그 여자를 찾고 있었다. 비록 그도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했지만, 그는 반지 하나를 선물했었다. 그러니 그것은 꿈이 아니라,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 그는 줄곧 할아버지가 그에게 약을 먹여 그에게 결혼을 강요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또 말이 되지 않았다.
  •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다.
  • 맞은편의 남자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기분도 점차 안 좋아지는 것을 본 안예빈은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물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됐다, 그냥 사인하자. 겨우 그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었는데, 가짜 결혼이라도 그냥 하지 뭐!
  • 그녀는 펜을 들고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적은 뒤 그 계약서를 그에 내밀어 사인하라고 했다.
  • 윤시진은 사인하며 조용히 말했다.
  • “안예빈 씨, 다음 주 금요일에 댁으로 가 혼담을 꺼내도록 하죠.”
  • 안예빈은 계약서를 갈무리한 뒤 웃으며 말했다.
  • “그럼 대표님께서 오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간 그녀는 흥분에 겨워 어쩔 줄을 몰랐다.
  • 그러다 문득, 안예담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 그녀는 깜짝 놀라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귀신이라도 본 걸까?
  • 그러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안예담, 걔 죽었잖아? 걔일 리가 없어.”
  • 당시에 그렇게 많이 찔린 데다, 나중에는 차에 치이기까지 했는데 분명 죽었을 것이다.
  • 그녀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 성큼성큼 다가가 떠보듯 물었다.
  • “안예담.”
  • 안예담은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방금 전에 이미 그녀를 발견했기에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 담긴 원망이 점점 짙어지더니, 그대로 저 여자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를 기세였다.
  • 구은은 누군가가 자신의 엄마를 부르는 것을 보고는 아주 예쁘게 차려입은 이모를 쳐다봤다.
  • “달콤아, 친구가 달콤이 불러.”
  • 안예빈은 그 아이의 말을 듣고 나서는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리더니 뒤로한 걸음 물러섰다.
  • 안예담이 정말로 안 죽었다니.
  •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 “이게… 그 천한 씨야? 벌써 이렇게 큰 거야?”
  •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안예담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 구은은 평소에도 아주 활발한 아이였고, 안예담의 친구인 줄 알고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 “맞아요, 전 올해 5살이에요. 저한테는 오빠도 두 명 있는걸요. 오빠들도 5살이에요. 우린 세쌍둥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