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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고집스러운 여자

  • 가장 높은 가격은 1,000만 원까지 치솟았고, DJ는 크게 외쳤다.
  • “축하드립니다, 이 신사분, 1,000만 원으로 래빗과 한 잔 할 수 있는 기회를 사셨습니다!”
  • 안예담이 무대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가는 내내 남자들은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는 흰색의 치마를 입고 있었고, 온몸을 착실하게 전부 가렸지만 그런 모습에 더욱 흥미가 솟구쳤다.
  • 그녀는 이곳에 출근해 매일 밤 한 곡만 추고, 딱 한 잔의 술만 마시며, 심지어는 옷도 자신이 고르고 절대로 노출이 있는 옷은 입지 않았다.
  • 처음에는 지배인도 동의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험 삼아 일주일 춘 뒤, 그녀는 이곳의 댄싱퀸이 되었고 장사를 일으켰다.
  • 그 뒤로 지배인도 더는 신경 쓰지 않았고, 그녀가 올 수만 있다면 뭐가 됐던 만족이었다.
  • 그녀와 그 술을 마시게 된 남자는 아주 뚱뚱하고 덩치가 큰 남자였다. 목에는 커다란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녀를 보는 눈빛은 야시꾸리했다.
  • 안예담은 자신의 술잔을 들고 그의 앞으로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 그 미소를 본 남자의 두 눈에 빛이 번뜩였다. 어쩐지 심장이 다 저릿해져 그녀를 멍하니 쳐다봤다.
  • “오늘 밤 재밌게 노시길 바랄게요!”
  • 이내 그녀는 술을 마셨고,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 “래빗, 내가 그 큰돈을 낸 것은, 고작 술 한잔의 시간만을 위해서가 아니야. 이리 와, 나랑 좀 더 있어. 내가 더 많은 돈을 줄게.”
  • 안예담은 자기 손을 잡아 빼려 했지만, 그 남자의 힘이 너무 세 빼낼 수가 없었다.
  • 사실 이런 곳에서는 이렇게 질척이는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경험이 있어 이런 사람들을 잘 상대할 수 있었다.
  • “손님, 전 그저 술 한 잔만 같이 마셔드려요. 함께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불러드리겠습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크게 욕설을 퍼부었다.
  • “망할 년이 오냐오냐해줬더니 주제도 모르고! 내가 오늘 딱 널 찍었어, 뭐 어쩔래?”
  • 그렇게 말한 그는 안예담을 품으로 당겼고, 다급해진 안예담은 곧바로 들고 있던 술을 그의 얼굴에 뿌렸다.
  • 남자는 그녀를 잡고 있던 손을 풀어 얼굴의 술을 훔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 “이 년이, 감히 나한테 술을 뿌려?”
  •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안예담은 눈을 꾹 감았다. 오늘 밤에는 얻어맞겠구나 싶었다.
  •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남자의 억눌린 소리만 들려왔다.
  •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거대한 뒷모습이 보였고, 이내 그는 등을 돌려 그녀의 손을 잡더니 그대로 밖으로 끌고 나갔다.
  • 진세훈은 그 모습에 한 마디 던졌다.
  • “진아, 지금 이거 정의 구현하는 거야?”
  • 녀석, 애 딸린 노처녀라고 하더니? 왜 자기가 직접 나서?
  • 안예담은 그의 손에 이끌려 미드나잇 클럽을 나왔다. 그녀도 반항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남자는 그녀를 구해줬고, 그녀가 아무리 안예빈을 미워한다고 해도 자신의 은인에게 못되게 굴 수는 없었다.
  • 미드나잇 클럽을 나오자, 찬 바람이 불어왔고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
  • 윤시진은 코트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옅은 향기가 그의 코끝을 간질였고, 그는 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시선을 내려 그녀를 쳐다봤다.
  • 그 향기는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 단 한 번도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을 때, 그는 심지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충동마저 느껴졌다.
  • 안예담은 코트를 슬쩍 잡아당긴 뒤 한 마디 건넸다.
  • “고마워요!”
  • 그 말을 들었을 때, 윤시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놓아준 뒤, 성큼성큼 자신의 차로 가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 안예담은 고개를 돌려 미드나잇 클럽을 흘깃 쳐다봤다. 휴대폰과 가방이 전부 그 안에 있었다.
  • 윤시진은 그런 그녀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 “돌아가서 다시 몹쓸 꼴 보고 싶은 겁니까?”
  •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고, 그 속에는 언뜻 경멸이 담겨있어, 안예담은 그것에 자존심이 상해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 그녀는 정말로 잊었다. 저 남자는 안예빈의 약혼남인데, 어떻게 좋은 마음으로 그녀를 구해줄까? 그녀를 구해줬지만,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다.
  • 그리하여 그녀는 그의 외투를 그에게 던지듯 건네주었다.
  • “윤 대표님, 제가 무슨 짓을 당하든 대표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