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1화 댄싱퀸

  • 미드나잇 클럽 지하의 정중앙의 자리에 앉은 잘생긴 두 남자는 엄청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 하지만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았고 곁에 함께하는 여자도 없었다.
  • 진세훈은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차가운 옆 모습의 그는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채 이따금 한 모금 피웠다.
  • “진아, 내가 오늘 널 데려온 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야. 너 이러고 있으면 여자들 다 도망갈 텐데, 뭘 놀 수나 있겠어? 아니면, 몇 명 더 부를까?”
  • 윤시진의 날카로운 눈빛이 쏘아지자 진세훈은 이내 항복했다.
  • “그래, 그래, 안 부르면 될 거 아니야? 다만, 오늘 그래도 재미난 구경거리 하나는 있어. 미드나잇 클럽의 댄싱 퀸이 컴백했다더니, 오늘 밤에 공연한대. 소문에는 엄청 예쁘게 생긴 데다 몸매도 죽여준다던데.”
  • 그렇게 말하는 진세훈의 두 눈은 게슴츠레해지며,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 윤시진은 담배꽁초를 튕기며 덤덤하게 말했다.
  • “관심 없어.”
  • 진세훈은 술 두 잔을 따랐다.
  • “진아, 네가 찾는 그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어?”
  • 이 6년간, 이 녀석은 계속 한 여자만 찾고 있어, 그의 친구들은 윤시진의 마음을 움직인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지 모두 궁금해했다.
  • 윤시진은 그가 건넨 술잔을 받아 가볍게 한 입 축인 뒤, 조금 위로 치켜진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 “나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면?”
  • 진세훈은 푸흡하고 술을 뿜어냈다.
  • “푸흡…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그런데도 찾아?”
  • 그 말은 그의 마음속에 있는 윤시진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꾸었다. 이 녀석은 A 시에서 가장 큰 가문의 실권자였고, 상업계의 레전드로, 수단이 악독하고 똑똑하기로 유명했다.
  • 그러나 방금 전의 그 말은 어쩐지 그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 윤시진은 단번에 술을 들이켰다. 눈빛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어려웠지만, 그는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다.
  • 그때, 무대 위의 DJ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 “저희의 댄싱 퀸, 래빗을 소개해드립니다!”
  • 이어 흰색 샤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나타났고, 곧이어 봉을 타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봉에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모습에 그 흰색의 치맛자락이 더해져 더없이 우아했다.
  • 클럽 안의 모든 사람이 환호성을 지르며 고함을 질렀고, 분위기는 완전히 달아올랐다.
  • 진세훈은 무대 위의 모습을 보며 윤시진의 다리를 툭툭 쳤다.
  • “젠장, 엄청 예뻐. 저렇게 입고 봉춤 추는 사람은 난생처음 봤는데, 조금도 이상하지가 않아, 무슨 천사 같네.”
  • 윤시진은 단박에 그녀를 알아봤다. 저건 병원에서 마주쳤던 그 안예담 아니던가?
  • 그의 두 눈이 조금 시리게 가라앉으며 그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 진세훈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 “진아, 저 여자 괜찮네. 마음에 들어.”
  • 윤시진은 덤덤하게 대꾸했다.
  • “만약 새아빠가 되고 싶은 거라면, 가서 시도해 보든지.”
  • “뭐?”
  • 진세훈은 못 알아들었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 “저 여자 딸이 벌써 네다섯 살이야.”
  • 그 여자애는 참 재밌었다. 어른 같은 말투로, 그에게 식사를 대접한다고 했었지.
  • 진세훈은 완전히 넋이 빠졌다.
  • “딸이 그렇게 큰데, 몸매가 저렇게 핫하다고? 아까워, 정말 아까워.”
  • 진세훈은 조금 가슴이 아파왔다. 그는 그저 이 자리에 있는 남자들이 이 이야기를 안다면 다들 자기처럼 가슴 아파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한 곡이 끝나고, 안예담은 무대 앞으로 다가와 아래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 이내 무대 아래에서 가격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 “200만 원!”
  • “400만 원!”
  • “1,000만 원!”
  • 미드나잇 클럽의 놀이법, 댄싱퀸은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과 함께 술을 한 잔 마시고, 그때 받은 팁은 전부 댄싱퀸의 것이었다.
  • 그리고 이것은 안예담이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무대 아래의 외침을 들으며 속으로 오늘 밤 조금 더 많이 벌 수 있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