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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윤 씨 어르신이 깨어났다

  • 6년 후, A 시의 진세 병원.
  • 밤 10시, 안예담은 중고 모닝을 몰고 다급히 병원 문 앞에 멈추어 섰다. 그녀에게는 여기에 주차하면 안 된다는 시큐리티의 말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 그녀는 조수석에 있는 딸을 안은 채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 그녀를 막지 못한 시큐리티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중얼거렸다.
  • “아예 차를 못 가게 막아놔야겠어. 조금 있다 어쩌나 두고 보자고.”
  • 맨발에 잠옷만 입고 있는 안예담은 지금 머리가 온통 하얗게 텅 빈 채 딸을 안고는 빠르게 응급실로 뛰어 들어가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떨었다.
  • “선생님, 제 딸 좀 구해주세요. 열이 너무 나서 발작까지 일으켰어요.”
  • 그렇게 말을 하며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 의사는 얼른 아이를 받아 안은 채 한마디 했다.
  • “밖에서 대기하세요, 응급조치할게요.”
  • 이내 간호사는 그녀를 응급실 밖으로 안내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 “먼저 가서 수납부터 하고 오세요, 이 서류들 들고 가면 돼요. 환자분 상황은 현재 입원해야 하고 어쩌면 중환자실에 들어가야 할지도 몰라요.”
  • 안예담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어요. 반드시 저희 애 좀 구해주세요.”
  • 구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됐다. 만약 열이 너무 나서 머리라도 망가지면 어떡하지? 그녀는 더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아 울면서 수납처로 향했다.
  • 그때 병원 문 앞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정장 수트를 차려입은 남자 여러 명이 줄지어 들어섰다. 가장 서두에 서 있는 남자가 가장 거대해 보였다.
  • 남자는 검은색의 코트를 입고 있었다. 각이 진 다름질은 그를 더욱 냉랭해 보이게 했다.
  • 그 남자의 이목구비는 아주 진했고, 검은 두 눈은 위로 살짝 치켜 올라가 있어 날카로움이 한가득 뿜어져 나왔다. 거기에 입술을 꾹 다물자 온몸에서는 위엄과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포스가 풍겼다.
  • 그가 들어오자, 지나가던 사람들은 분분히 그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 하지만 안예담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황급히 수납처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부딪쳤고, 중심을 잃은 그녀가 한쪽으로 넘어가자 미간을 슬쩍 찌푸린 남자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가는 허리를 안아, 그녀는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할 때, 안예담은 눈앞의 남자의 차가운 모습에 그만 얼어붙었다.
  • 이 한 겨울에, 날씨에도 얼어붙지 않았는데, 오히려 눈빛 하나에 얼어붙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로 만든 거지? 얼음인가?
  • 윤시진은 그녀를 바로 세워준 뒤 차갑게 말했다.
  • “앞으로는 걸을 때 길을 좀 보도록 하세요.”
  • 멍하니 있던 안예담은 그가 엘리베이터로 향한 다음에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한마디 했다.
  • “저기요, 당신도 길을 보고 걸어요.”
  • 분명히 자기가 먼저 부딪쳤잖아? 정말 유세인 남자네.
  •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남자도 그녀의 말을 들었다. 시선을 돌리고 나서야, 그제야 그녀의 맨발의 발가락이 붉게 얼어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다시 그녀가 입고 있는 잠옷을 보니, 가장 촌스러운 양식에, 머리는 엉망이었고 두 눈은 울어서 붉게 퉁퉁 부어있었다.
  • 이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그의 시선을 가렸다.
  • 윤시진은 10층의 VIP 병동으로 향했다. 윤 씨 어르신은 6년간 혼수상태로 있었고, 그 6년간 그는 가장 실력이 좋은 의사도 불러왔지만 그런데도 그를 치료하지는 못했다.
  • 하지만, 오늘 밤에 깨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와 그는 이렇게 황급히 쫓아온 것이었다.
  • 병실 문 앞에는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마르고 큰 그 남자는 진세훈으로, 윤시진의 절친이었다.
  •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을 본 그가 입을 열었다.
  • “시진아, 어르신께서 정말로 깨어나셨어. 너 만나고 싶대.”
  • 윤시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친구에게 말했다.
  • “고생했다.”
  •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르신의 온몸에는 튜브가 꽂혀 있었다. 문 안으로 들어선 사람을 본 그는 천천히, 힘겹게 손을 들어 올렸다.
  • 윤시진은 빠르게 다가가 어르신의 손을 잡았다.
  • “할아버지, 드디어 깨셨네요.”
  • 윤 씨 어르신은 손을 풀더니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윤시진은 어르신이 할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 “안씨 가문의, 큰 아가씨를… 아내로 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