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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옛 지인을 만나다

  • 구은은 집에서 며칠 동안이나 있어, 진작에 온몸에서 사리가 다 돋았다.
  • 아이는 기뻐하면 뛰어올랐다.
  • “좋아!”
  • 그때 보모인 장 씨 아주머니가 집으로 돌아왔다. 방금 전에 장을 보고 온 터라 손에는 식재료들이 들려 있었다.
  • 장 씨 아주머니는 안예담의 곁에 6년을 함께 했다. 그녀도 홀로인 몸이라 안예담을 가족처럼 여겼다.
  • 구은이 복슬복슬한 토끼 코트를 입은 것을 본 그녀는 웃으며 물었다.
  • “구은아, 엄마랑 같이 나가는 거야?”
  • 구은의 커다란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는 딱 안예담의 미니미 버전으로, 귀엽기 그지없는 모습에 모두의 귀염을 받았다.
  • 아이는 목소리도 아주 듣기 좋았고, 이 핑크색의 토끼 코트를 걸치니 귀여움이 한층 더해졌다.
  • 안예담은 코트를 넣은 주머니를 들어 올리며 구은의 손을 잡았다.
  • “아주머니, 저 잠깐 다녀올게요. 이따가 학교 끝나면 애들 마중 좀 가주세요.”
  • 장 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 “알겠어요, 구은이 데리고 잘 놀다 와요.”
  • 며칠 전에 그녀가 잠깐 고향에 다녀온 사이, 구은이 그렇게 심하게 아픈 것을 본 그녀는 앞으로는 어디도 가지 않고 집에 남아 세 아이들을 보살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구은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장 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 “아주머니, 이따가 구은이가 맛있는 거 가져올게요!”
  • 한눈에 보기에도, 아이의 병은 완전히 나은듯해 보였다.
  • “그래. 고마워, 구은아.”
  • 문을 나설 때, 안예담은 장 씨 아주머니의 월급을 줘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정말로 알바 하나를 더 구해야 했다.
  • 그녀는 자기 중고 모닝을 몬 채 한식당으로 향했고, 구은의 손을 잡고 식당에 들어서자, 구은은 아주 흥분했다.
  • “와, 여기 음식들 다 엄청 맛있어 보여요, 이따가 큰 오빠랑 작은오빠, 그리고 아주머니한테도 다 하나씩 사가요.”
  • 구은은 먹보가 따로 없었다. 겉보기에는 작고 말라보였지만, 먹는 양은 두 오빠들보다도 더 많았다. 그저 살이 붙지 않을 뿐이었다.
  • “그래, 일단 주문하고 있어, 엄마는 옷부터 돌려주고 올게.”
  • 안예담은 창가에 위치한 자리로 가 가방을 내려놓은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
  • 메뉴를 손에 든 구은은 비록 글을 읽을 줄은 몰랐지만, 그림을 볼 줄은 알았다. 주문 이쪽으로는 아주 능숙한 아이였다.
  • 안예담이 룸으로 향했을 때,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안예빈이었다. 못 본 6년 사이, 그녀는 아주 크게 변했다.
  • 아마도 성형을 한 듯싶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예뻐졌지만, 아주 흔한 강남 언니 얼굴이 되어 있었다.
  • 게다가 그녀는 101 룸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안예담은 다가가 문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 “혹시 정 전무님이신가요?”
  • 그녀는 방금 전에 막 정영호에게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고, 정영호는 문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답장했었다.
  • 눈앞의 여자를 본 정영호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녀는 검은색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아래에는 검은색의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다리는 가늘고 길었다.
  • 아름다운 얼굴에 굴곡진 몸매까지 더해져 아주 완벽한 미인이었다.
  • “네, 맞습니다. 안예담 씨인가요?”
  • 안예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 “방금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당신네 대표님과 무슨 사이인 거죠?”
  • 정영호는 미소를 지었다.
  • “저희 대표님의 약혼녀이십니다.”
  • 그 말을 들은 안예담은 안색이 돌변했다. 순간 윤시진에 대한 호감이 사라졌다. 원래는 직접 옷을 돌려주며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 안예빈의 남자친구이니, 그럼 앞으로 더는 만날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 감사 인사는 더더욱 필요 없었다.
  • “이건 그분의 옷입니다. 대신 전해주세요.”
  • 말을 마친 그녀는 등을 돌려 자신의 딸에게로 돌아갔다.
  • 정영호는 멍해져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윤 대표는 지금 처음으로 약혼녀를 만나는 것인데, 갑자기 한 여자가 와 윤 대표의 옷을 돌려준다고 하면, 확실히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 안예담이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갔을 때, 구은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