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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다 불쌍한 여자야

  • 안예담은 조금 멍해졌다. 그녀는 문 앞에 몰려든 사람들이 다 구경이라도 하러 온 줄 알았다. 그리고 지배인은 분명 그녀에게 크게 욕설을 퍼부은 뒤 꺼지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 공손하게 대했다.
  • 게다가 지배인은 윤시진을 거론했고, 그녀는 미간을 들썩이다 백난향을 쳐다봤다.
  • 담배를 빨아들인 백난향은 그녀와 시선을 마주한 채 눈썹을 들썩이며 웃더니, 익숙해지면 된다고 말했다.
  • 지금 이 바닥에 그녀의 큰 인물이 뒷배로 있어 주니, 그 누구도 감히 괴롭히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 미드나잇 클럽을 떠날 때, 백난향은 그녀를 밖까지 배웅했다. 백난향은 그녀와 이곳에서 알게 된 사이였다. 그녀는 돌싱맘으로, 딸은 백혈병에 걸렸고, 남편은 내연녀와 함께 도망가 이곳으로 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 그저 돈을 더 많이 벌어, 딸의 병을 치료하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 안예담이 부른 차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두 사람은 길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 그녀의 목도리를 매주는 백난향의 눈에 웃음기가 드러났다. 진심으로 우러나온 미소였다.
  • “담아, 딱 보이던데, 그 윤시진 너한테 마음 있어, 얼른 기회 잡아!”
  • 둘 다 힘겨운 나날들을 보냈던 터라, 백난향은 가장 잘 알 수 있었다. 만약 저런 남자가 안예담의 곁에 있다면, 그녀는 더 이상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다.
  • 물론 그녀는 안예담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 안예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백난향, 사실 난 윤시진 잘 몰라. 게다가 앞으로는 어쩌면 원수가 될지도 몰라.”
  • 그랬다, 원수가 될지도 몰랐다. 그 남자는 안예빈과 결혼을 할 사이인데, 그것이 원수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 그 말을 들은 백난향은 겨울바람에 얼어 조금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 “담아, 날 믿어.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 남자는 절대로 네 남자가 될 거야.”
  • 그때, 차가 도착했고, 안예담은 차에 올라타기 전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백난향이 요즘 또 여윈 것을 발견했다. 낮에는 병원에서 딸을 보살펴야 했고 밤에는 나와서 돈을 번 탓이었다.
  • 이렇게 계속 밤을 새다간 언젠간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해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
  • “’백난향, 건강 조심해. 며칠 지나면 구은이 데리고 미오 보러 갈게.”
  • 백난향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 “응! 조심해서 가.”
  • 집으로 돌아간 안예담은 샤워를 할 때부터 자꾸 재채기를 하는 것이 몸이 조금 안 좋은 것을 발견했다.
  • 그녀는 감기약을 찾아 먹은 뒤에야 침대에 누웠다.
  • 아마 주차장에서 미드나잇 클럽으로 걸어갈 때 찬 바람을 맞아 감기에 걸린 듯해, 지금 먹은 약이 소용이 있길 바랐다.
  • 이튿날, 세 아이들이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은 뒤, 보통은 그녀가 학교로 바래다주었지만, 오늘 그녀는 머리가 너무 아픈데다 온몸이 불편했다. 거기에 재채기가 끊이질 않았다.
  • 구은은 그녀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는 얼른 그녀의 방으로 뛰어갔다.
  • “달콤아, 얼른. 안 그럼 우리 지각해.”
  • 안예담은 두 눈을 떴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구은아, 아주머니한테 바래다 달라고 해, 콜록, 콜록….’’
  •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구은은 구은의 이마로 손을 뻗었다.
  • “달콤이 머리 엄청 뜨거워, 열 난 것 같아.”
  • 그때 구혁과 구하도 따라 들어왔다. 그 아이들도 그녀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챘다.
  • “엄마, 일어나, 우리가 병원에 데려다줄게.”
  • 구하도 손을 뻗어 이마를 짚었다. 손에 닿는 온도가 아주 뜨거워 아이는 얼른 체온계를 가져와 그녀의 체온을 쟀다.
  • 안예담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 “엄마 괜찮아, 얼른 학교 가. 일어나면 혼자 병원 갈 수 있어.”
  • 구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안돼, 우리가 함께 갈 거야.”
  • 세 아이들 모두 철이 든 아이들이라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 “얼른 학교 가, 엄마가 말했었지. 너희들이 학교에 잘 가면 엄마도 기쁘다고. 그러면 병도 다 나을 거야!”
  • 구혁은 그녀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는 동생들이 더 방해하지 못하게 한 뒤 자신은 약을 가지러 갔다.
  • “엄마, 잊지 말고 약 꼭 먹어.”
  • 세 아이는 장 씨 아주머니와 함께 집을 나선 뒤 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집과 멀지 않아 걸어서도 갈 수 있었다.
  • 구은은 갑자기 훈남 삼촌이 떠올랐다. 만약 그가 와서 엄마를 보살펴 주면 좋을 텐데, 그리하여 아이는 구하의 손을 잡아당긴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둘째 오빠, 오빠가 윤시진한테 문자 보내서, 우리 집 주소랑 비밀번호 알려주면서, 달콤이를 보살펴줄 수 있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