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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가 우리의 아빠가 되었으면 해

  • 안예담의 말보다 몇 배는 더 차가운 말을 한 뒤 그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그들에게 오만한 뒷모습만 보여주었다.
  • 정영호도 조금 난감해졌다.
  • “안예담 씨,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 안예담은 화가 나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며 욕설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딸이 앞에 있어 그녀는 하는 수 없어 꾹 눌러 참으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 ‘윤시진, 이 망할 남자가, 안 입을 거면 버리면 되지, 폼은 무슨 폼을 잡아. 정말 개 같은, 딱 그 애한테 어울리는 남자네.’
  • 엄마가 화가 나 얼굴이 저만큼 퉁퉁 부어 있는 것을 본 구은은 히히 웃음을 터트렸다.
  • “달콤아, 화내지 마. 훈남 삼촌, 되게 개성 있는 것 같지 않아? 엄청 잘생겼어.”
  • 그 아이는 얼굴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안예담은 잘생긴 사람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자신의 딸에 조금 머리가 아파졌다.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런 건지.
  •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막 집에 들어가자 두 아들이 그들을 마중 나왔다.
  • 한 명은 동생에게 슬리퍼를 건네주었다, 다른 한 명은 안예담에게 꺼내주었다.
  • 신발을 갈아신는 그녀를 보는 구혁의 잘생긴 얼굴에는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에게는 없는 준엄함이 있었다.
  • “엄마, 방금 주인아주머니가 왔었어. 와서는 다음 주 월요일 전에 월세 꼭 내야 한대, 안 그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고, 그러면서 월세도 10만 원이나 올렸어.”
  • 안예담의 안색을 본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들이 그녀의 계좌에 보낸 돈을 도대체 본 건지 만 건지, 그 돈을 꺼내 내면 그만인 것 아니던가.
  • 구은은 구하를 잡아끈 채 방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고는 명함 하나를 꺼냈다.
  • “작은오빠, 이것 봐. 나 오늘 오빠랑 큰오빠랑 되게 닮은 훈남 삼촌을 봤었어. 난 그 사람이 우리 아빠가 되길 바라.”
  • 구하는 손을 뻗어 애정 가득한 손길로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썹을 들썩였다.
  • “어디 봐봐.”
  • 명함을 받아든 그는 YC 그룹 대표이사라는 것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 “너무 똑똑해, 달콤이가 감당하지 못할 거야.”
  •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엄마는 그리 똑똑하지 않은데, 또 너무 착해, 너무 대단한 남자는 그녀가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이었다.
  • 구은은 입을 삐죽거렸다.
  • “하지만 난 그 사람이 우리 아빠가 됐으면 좋겠단 말이야. 오빠랑 큰오빠도 엄청 똑똑하잖아. 오빠들이 있으면, 그 삼촌이 너무 똑똑할까 봐 걱정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야?”
  • 아이는 둘째 오빠의 소매를 잡은 채 흔들어대며 기대 어린 눈으로 계속 쳐다봤다.
  • 안 그래도 아이를 아주 예뻐하고, 오냐오냐하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더니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네가 이렇게 좋아한다니, 그럼 우린 엄마를 도와서 사로잡아보자.”
  • 안예담은 큰아들의 말을 듣고는 곧장 대답했다.
  • “알겠어. 얼른 가서 동생들이랑 놀아!”
  • 구혁은 그 곳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 “엄마, 우리 집 아직 돈 있지?”
  • 그는 지금 엄마가 그들이 보낸 돈을 봤는지 떠보는 것이었다.
  • 안예담은 아이의 잘생긴 얼굴을 쓰다듬었다.
  • “걱정하지 마, 엄마 내일 바로 월세 낼 거야. 우리 안 쫓겨나.”
  • 구혁은 이미 익숙해졌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주인에게 쫓겨나면 그들 한 가족은 캐리어를 짊어진 채 길거리를 떠돌았었다. 그래서 그와 동생은 얼른 자라나길 바랐었다. 그러면 엄마의 부담을 함께 짊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 안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이제 지출해야 할 금액들을 확인한 뒤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월세는 한 달에 40만 원이었고 6개월치면 180만 원이었다.
  • 게다가 두 아들의 학원비는 하나가 300만 원이었고, 구은이의 피아노 학원비도 300만 원으로 총 900만 원이었다.
  • 안예담은 조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옛 직장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미드나잇 클럽으로 가 춤을 추는 것, 예전에 그녀는 그곳의 댄싱퀸이었다. 수입이 만만치 않아, 그녀는 그 수입으로 겨우 세 아이를 지금까지 키울 수 있었다.
  • 원래는, 이제 완전히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 일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