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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유 모를 아픔

  • 어르신의 말이 마치기 무섭게, 옆에 있던 기계에서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 윤시진은 그에게 대답했다.
  • “할아버지, 저 들었어요. 안씨 가문의 큰 아가씨를 아내로 들일게요.”
  • 그는 어르신이 마음을 놓을 수 있게 그를 위로했다.
  • 진세훈과 의사들이 모두 뛰어 들어오더니 어르신에게 응급 처치했고, 결국에는 중환자실로 보내졌다.
  • 중환자실 입구, 안예담은 간호사에게 묻고 있었다.
  • “제 딸은 대체 언제 나올 수 있죠? 저도 안에 들어갈 수 있나요?”
  • 그녀는 초조해 어쩔 줄을 몰라 했고, 붉어진 두 눈은 금방이라도 다시 눈물을 터트릴 것 같았다.
  • “24시간은 지켜봐야 해요. 돌아가세요, 환자분. 가셨다가 24시간 이후에 다시 오세요. 저희가 잘 보살필게요.”
  • 간호사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안예담이 떠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 “감사합니다.”
  • 30분 후, 윤시진이 중환자실 입구에 도착했고, 간호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할아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 간호사는 손안의 차트를 보더니 그에게 대답했다.
  • “윤시진 씨, 어르신께서는 아직 고비시라, 24시간은 지켜봐야 해요. 원장님께서 휴게실을 준비해드렸습니다.”
  • 그들은 모두 윤시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진 원장의 친구였고, 이 몇 년 간 거의 매일같이 병원으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보러 오는 효심이 아주 지극한 사람이었다.
  • 유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 말을 마치고 등을 돌린 그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양손으로 자신을 안은 채 자그마한 발가락을 움츠리고 있었다. 머리는 다리 사이에 파묻고 있는 모습이 아주 가련해 보였다.
  • 그는 자신의 검은색 코트를 벗어 그녀의 몸에 걸쳐준 뒤,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고개를 든 안예담은 그의 차가운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물었다.
  • “고마워요! 옷은 어떻게 돌려드릴까요?”
  • 남자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문이 닫히기 전에 한마디 했다.
  • “돌려줄 필요 없습니다. 누가 아프든, 반드시 자신이 건강해야 해요. 안 그럼 환자를 어떻게 돌봅니까?”
  • 늘 남의 일에 관심이 없던 윤시진은 오늘 갑자기 저 낯선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그 자신마저도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그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 안예담은 코트를 꼭 끌어안았다. 옷 안에는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 있어, 그녀는 한 줄기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옅은 냉향이 그녀의 코끝을 맴돌았다. 좋은 향기였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안에서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걸어 나왔다. 앞에 걷고 있는 아이는 검은색의 코트를 입고 있었고, 아이의 손에는 흰색의 롱패딩이 들려 있었다.
  • 뒤에서 걷고 있는 남자아이는 그레이와 화이트가 섞인 야구 잠바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야구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손에는 어그 부츠를 들고 있었다.
  • 두 아이의 외모는 아주 빼어났다. 이목구비가 입체적이었고 아주 닮아 있어 한눈에 쌍둥이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 가장 마지막에 걷고 있는 남자는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분위기가 남달랐지만 앞에 걷고 있는 두 남자아이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 구혁은 큰 오빠라, 아주 진중하게 안예담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의 눈에는 속상함이 들어 있었다.
  • “엄마, 옷 입어.”
  • 그는 이미 안예담의 몸에 남자의 코트 하나가 더 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마음씨 좋은 사람이 그녀에게 건네준 것이겠지.
  • 구하는 둘째였고, 아이의 작은 얼굴에는 죄책감이 스쳤다.
  • “엄마, 어떻게 나랑 형을 안 데려갈 수가 있어? 우리도 도와줄 수 있단 말이야.”
  • 아이는 몸을 굽혀 그녀의 차가운 발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품에 안아 데운 뒤에 신발을 신겨줄 셈이었다.
  • 조택준도 그녀의 곁에 앉아, 그녀의 두 아들을 쳐다봤다. 하나는 그녀의 발을 감싸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옷을 그녀에게 덮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부러움을 자아냈다.
  • “담아, 구은이가 아픈데 왜 나에게 말하지 않은 거야? 내가 보살펴 주겠다고 했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