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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아파

  • 구혁은 장 씨 아주머니에게, 돌아가면 안예담을 잘 보살피라고 당부를 하고 있었다. 얼마에 한 번 체온을 재야 하는지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지시하는 그 엄한 모습은 작은 어른이 따로 없었다.
  • 구하는 휴대폰을 꺼내 윤시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비록 그는 5살밖에 안 됐지만 모든 글자를 다 알고 있었다.
  • 그와 구혁은 모두 아주 똑똑한데다, IQ도 아주 높았고, 2 살이 지난 뒤부터 글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 [훈남 삼촌, 저 구은이에요, 살려주세요! 주소, 비밀번호:520911]
  • 문자를 보낸 뒤, 구하는 곧바로 휴대폰을 껐다. 학교에 들어가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 구은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 “작은오빠, 훈남 삼촌이 올까?”
  • 구은은 훈남 삼촌이 달콤이를 보살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왜냐하면 그 남자는 자신의 오빠들과 많이 닮아 있어, 어쩌면 그들의 아빠일 지도 몰랐다!
  • 구하는 구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넌 이 작은 오빠를 믿어.”
  •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라면 분명 한 번 가볼 게 분명했다.
  • 이것은 그가 윤시진이 그들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테스트 중 하나였다. 아이는 그가 사람이길 바랐다.
  • 구혁은 장 씨 아주머니에게 당부를 마친 뒤에야 선생님의 곁으로 다가갔다.
  • 그리고 구하는 장 씨 아주머니에게 달려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작은 얼굴에 햇살이 피어나는 듯했다.
  • “아주머니, 이따가 집 문 앞에 차가 한 대 세워져 있다면, 오늘 휴가라고 생각하시고 저희가 하교할 때 다시 데리러 오시면 돼요.”
  • 장 씨 아주머니는 안예담이 걱정돼 고개를 저었다.
  • “난 가서 담이 씨를 봐야 해. 구혁이한테 들으니까 열이 났다던데?”
  • 이런 때에, 어떻게 쉴 수 있을까.
  • “아주머니, 엄마를 돌봐줄 사람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머니도 엄마가 남자친구를 만나길 바라잖아요?”
  • 장 씨 아주머니는 그 뜻을 알아채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 “담이 씨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어?”
  •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녀는 그 말에 돌아갈 생각을 접고, 그녀에게 공간을 내주기로 했다. 아플 땐 남자친구의 관심이 가장 필요한 법이었다.
  • 구하는 슬쩍 고개를 끄덕인 뒤 이내 형과 동생의 곁으로 가 선생님과 함께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 차 안에 앉아있던 윤시진은 휴대폰으로 메일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자가 하나 떠 그것을 터치했다.
  • [훈남 삼촌, 저 구은이에요, 살려주세요! 주소, 비밀번호:520911]
  • 그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구은?
  • 순간 그는 누군지 떠올리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훈남 삼촌이라는 호칭이 눈에 들어왔고, 이내 그는 기사에게 말했다.
  • “눈꽃 마을로 가, 얼른.”
  • 기사는 그 말을 들은 순간 곧장 유턴한 뒤 속도를 올렸다.
  • 앞 좌석에 앉아있던 비서 정영호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 “대표님, 9시 반에 회의 하나가 있는데, 취소할까요?”
  • 윤시진은 지금 온통 구은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분명 무슨 큰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 그는 차갑게 대꾸했다.
  • “취소해.”
  • 정영호는 곧장 대꾸했다.
  • “알겠습니다, 대표님.”
  • 30분 뒤, 차는 눈꽃마을 150번지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린 그는 성큼성큼 그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곳은 작은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이었고, 많이 낡아 있었다.
  • 그 문을 본 그는 얼른 비밀번호를 누른 뒤 안으로 들어갔다.
  • “구은아…. 구은아….”
  • 마당으로 들어간 그는, 마당이 아주 깨끗하게 가꿔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단에 심은 식물들은 아주 예쁘게 자라났고, 봄이 온다면, 꽃들이 가득 피어날 것이 분명했다.
  • 안으로 들어가자 1층에는 아주 간단한 거실이 보였다. 소파 하나에,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아주 작은 티브이까지.
  • 거실에는 아주 많은 장난감이 놓여 있어, 척 보기에도 아이가 있는 집 같았다.
  • 그는 또다시 불렀다.
  • “구은아….”
  • 안예담은 열이 올라 정신이 다 혼미했고, 또다시 몇 번 기침했다. 윤시진은 그 목소리에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고, 아주 정확하게 그녀의 방문을 찾아 문을 열고 들어섰다.
  • “구은….”
  • 그가 막 입을 열어 구은이를 불렀지만 시야에 들어온 것은 열이 올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