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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옷을 돌려주다

  • 며칠 뒤, YC 그룹의 대표 사무실 안.
  • 윤시진은 넓은 사무실 테이블 뒤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
  • 그의 비서 정영호가 안으러 들어왔고, 그는 테이블 앞에 서서 업무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 “윤 대표님, 안씨 가문의 큰 아가씨에 대해 상세히 알아 왔습니다. 이름은 안예빈이고, 올해 24세, 안진우의 외동딸이라고 합니다.”
  • 윤시진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약속은 잡았나? 저녁에 식사를 같이하지.”
  • 윤 씨 어르신은 잠시 깨어난 뒤,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다. 아마 이제 깨어나기는 힘들 듯싶었다.
  • 그가 윤시진에게 말한 소원은 바로 안씨 가문의 큰 아가씨를 아내로 들이는 것이었으니, 윤시진은 당연히 그 소원을 이루어주어야 했다.
  • 정영호가 그에게 대답했다.
  • “이미 저녁 여섯 시 반으로 한식당에 약속을 잡았습니다. 대표님, 가게를 전부 빌릴까요?”
  • 그도 그럴 것이 윤 대표가 만나려고 하는 사람은 미래의 사모님이라, 가게를 빌리는 모습을 보여 주어, 안 아가씨께서 대표님에게 반하게 만들어야 했다
  • 비록 윤 대표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의 부하로서 그는 그를 대신해 고려 해야 했다.
  • “필요 없어.”
  • 정영호는 미소를 지었다.
  • “알겠습니다, 대표님.”
  • 윤 대표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그는 조금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밖에서는 어째서인지 사실처럼 소문이 퍼져, 어르신이 줄곧 그의 성적 취향에 대해 걱정하게 만들었다.
  • 만약 어르신께서 깨어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윤 대표께서 미래의 며느리를 만나러 가지 않은가.
  • 안예담은 구은이의 체온을 쟀다. 이제 열이 완전히 내렸다.
  • 바비 인형을 품에 안은 구은의 작은 얼굴은 반쪽이 되어 있어 더욱 작아 보였다.
  • 그녀는 웅얼 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엄마, 나 이제는 다 나은 거야? 더 이상 쓴 약 안 먹어도 되는 거야?”
  • 안예담은 웃으며 그녀의 구불구불한 노란 머리를 쓰다듬었다.
  • “맞아, 이제 구은이 완전히 다 나았어. 앞으로는 사탕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안 그럼 또 아플 거야.”
  •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두 오빠 보다 1키로나 작게 태어났었다. 고작 1.5kg 밖에 되지 않은 것은 아주 작은 원숭이 같았었다.
  • 그녀를 키우는 일은 정말이지 너무 힘겨웠다. 어렸을 때부터 안아야만 잠이 들었고 내려놓기만 해도 우는 데다 쉽게 앓기까지 했었다.
  • 지난번처럼 놀라 신발도 제대로 못 신는 일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몰랐고, 번마다 그녀는 놀라 정신을 못 차렸다.
  • 두 아들은 학교에 갔지만 아이는 아직도 집에 있었던 터라, 그녀는 면접을 보러 갈 수 없었고, 이번에 병원비로 300만원이 넘는 돈을 쓰기까지 했다.
  • 이제 카드에 남은 돈이 얼마 없어, 그녀는 돈을 벌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 사실 카드에는 천만 원이 더 남아 있었다. 누가 보내 준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절대로 쓸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머릿속에서 그 돈은 어쩌면 그녀의 할아버지가 보내준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당시의 일은, 그녀도 자신이 너무 못나 할아버지의 체면을 깎았다고 생각해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었고, 그에게 돈을 달라고 할 체면은 더더욱 없었다.
  • 안예담은 베란다로 가 옷을 거두어 옷장에 걸 때 그 비싸 보이는 코트를 발견했다. 며칠 전에 드라이를 맡겨 오늘 시간이 나면 돌려줄 생각이었다.
  • 그는 수소문으로 알아 온 윤시진의 비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이내 통화는 연결되었고 그녀는 곧바로 물었다.
  • “실례지만, 정 전무님이신가요?”
  • 정영호는 대꾸했다.
  •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 “전 안예담이라고 해요, 전에 윤 대표님께서 옷을 빌려주신 적이 있는데, 돌려드리려고요.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실까요?”
  • 정영호는 룸 안의 남자를 흘깃 보다 식당의 주소를 그녀에게 보내주었다.
  •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저희 윤 대표님께서 이곳에서 식사 중이십니다.”
  • 정영호는 별로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윤 대표의 곁에는 단 한 번도 여자가 없었고, 방금 전화를 건 것도 아마 윤 대표의 친구겠거니 했다.
  • 안예담은 통화를 마친 뒤 구은에게 말했다.
  • “아가, 엄마랑 어디 좀 갈까? 우리 거기서 저녁 먹는 거야,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