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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소문으로만 듣던 마왕

  • “퍽!”
  • 반유설과 휘발유 남은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고 주위에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 팔뚝은 저릿할 정도로 아팠고 반유설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조금 전의 롤스로이스 레이스는 이미 멀리 자취를 감춘 뒤였다.
  • 거의 눈을 깜빡할 새에 보안팀은 제일 빠른 속도로 그들에게 다가와 휘발유 남을 제압했다.
  • “예도하, 가만 안 둬! 내가 귀신이 되어서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 남자는 흥분한 채로 울부짖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의 입을 빠르게 틀어막아버렸고 개처럼 끌고 갔다.
  • 반유설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보았다. 비참한 마음이 든 그녀는 아버지가 시장이란 건 전쟁터와 마찬가지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녀가 느끼기엔 이 순간은 지옥 그 자체였다…
  • 잠깐 방심하면 되돌릴 수 없는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것만 같았다.
  • 그리고 레이스에 타고 있던 신비한 남자가 바로 운명을 다스리는 마왕인 셈이었다.
  • 아쉽게도 흙수저들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마왕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했다.
  • 반유설은 성천 그룹에서 나오자마자 입출금 알림을 받았다. 아이들 유치원 등록금 3000만 원이 빠져나간 것이었다. 카드에는 67만 7960원의 잔액으로 변했다.
  • 요즘은 유치원도 등록금이 어마어마하다. 세 꼬마의 일 년 학비에 식비까지 해서 3000만 원이나 들다니 말이다.
  • 이 정도의 돈으로는 아이들 분유를 사기도 빠듯했다. 어떻게 해야 될까?
  • 반유설은 한참 동안 고민을 하다 결국은 다시 뒤 돌아 성천 그룹 빌딩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 그깟 허문철, 이런 시퍼런 대낮에 뭐 그녀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 사실 허문철이 한 말은 틀린 게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때의 재벌 가의 아가씨가 아닌지 오래였다. 그녀는 집과 아이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생활해야만 했다. 자존심 따위는 생활 앞에서 한 푼의 가치도 없었다.
  • 반유설은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VIP 전용 엘리베이터로 한 사람을 호송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그 사람이 지나가는 곳마다 직원들이 머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 “예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거리가 조금 있었기도 하고 각도도 보이는 각도가 아니라 그녀는 그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성천 그룹의 대표 예도하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다만 그녀는 훤칠하고 꼿꼿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익게 느껴졌다.
  •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남자의 얼굴에 정신이 팔리는 짓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 왜 덩치가 크고 사나운 남자만 보면 그때의 그 제비가 떠오르는 걸까?
  • 비즈니스계에서 비바람을 부를 수 있고 전술과 전략을 세우는 패기 넘치는 대표님이신 분이 에로스의 제비일 리가 없지.
  • “대표님, 방금 전 관건적인 타이밍에 조진형을 끌어낸 것은 둘러싸여 있던 일반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아 참, 그 여자 분은 5분 전 갓 입사 절차를 마치고 13층에 사무직으로 입사한 반유설이라는 사람입니다.”
  • 예휘는 보고를 하고 있었다.
  • 남자의 매혹적이고 잘생긴 얼굴에는 표정이 전혀 없었고 눈빛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결재 사인을 하는 손은 한시도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던 결재 건들을 다 처리하고 나서야 답했다.
  • “그래.”
  • 수습 기간 동안의 급여는 150만 원이었고 4대보험도 가능했으며 정규직으로 전환 시 급여는 200만 원으로 인상된다.
  • 반유설은 입사 절차를 마친 뒤, 속으로 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었다. 세 꼬마의 한 달 분유 값만 해도 거의 150만 원이었으니 생활비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 그녀가 고뇌하고 있을 때 오래된 직원 몇 명이 그녀를 둘러싸며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반유설 씨. 환영합니다!”
  • “감사합니다!”
  • 반유설은 그들과 열정적으로 악수를 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직장을 얻은 것이었다.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 “전통대로 저희 팀에서 신입사원을 위해서 웰컴 파티를 준비했어요. 괜찮으시죠?”
  • “물론이죠. 제가 살게요!”
  • “어머, 자기같이 이렇게 예쁘고 철이 든 사람이 최고라니까. 이따 퇴근하고 같이 가요.”
  • “네!”
  • 퇴근시간이 되었고 반유설은 서류 정리를 미처 끝내지 못한 상태였고 동료들은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그녀는 빠르게 처리한 뒤 가방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갔다. 그런데 그녀가 도착하기 1초 전 엘리베이터 문이 바로 닫혀버렸다.
  • 그와 동시에 다른 한켠에 위치한 VIP전용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녀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뛰어들었다.
  • “여긴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입니다. 나가주시죠.”
  • 경호원이 호통을 쳤다.
  • “네?”
  • 반유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신비스러운 남자가 눈짓을 보냈고 경호원은 곧바로 그의 뜻을 캐치하고 쫓아내려는 동작을 멈췄다.
  • 반유설은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본 뒤 곧바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그녀였다. 그 남자는 소문으로만 듣던 마왕 예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