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3화 아름다운 처량함
- 예도하는 계속해서 실험실 앞을 지키며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 어떠한 것도 이 일의 결과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무척이나 조급했다. 마치 아내의 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남편인 양, 초조하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 이은비는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적어도 몇 시간이 걸려야 하니 여기에서 시간을 허투루 쓸 필요는 없다며 돌아가서 쉬라고 당부했다. 예도하는 보디가드 두 명을 남겨 실험실을 지키도록 분부한 후 다시 어린이 병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록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지금 그 아이들을 보면 볼수록 더더욱 자신의 혈육처럼 느껴졌다.
- 병실 안, 세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다. 준이는 깊은 잠에 빠져든 것 같았다. 그 단정한 자세는 준이의 진지한 성격과 꼭 닮아있었다. 안이는 왜뚤삐뚤하게 누워서는 깁스를 푼 다리를 간호사 나연의 다리에 올려놓고 품에 장난감 총을 꼬옥 안고 있었다. 빈이는 입안에 노리개젖꼭지를 물고 알파카 인형을 안은 채 달콤하게 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