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롤스로이스를 치다
- 차 브랜드를 확인한 반유설은 서 씨 가문의 차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 그녀는 순간 감격했다. 설마, 그녀를 데리러 온 건가?
- 혹시 서주환은 종래로 그녀를 배신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닐까, 그때는 그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약혼을 파기한 게 아닐까, 이제 그녀가 돌아온 것을 알고 그가 직접 마중 나온 건 아닐까 싶었다.
- “아가씨, 주환 도련님이 저희를 데리러 온 건가요?”
- 주 씨 아주머니는 난데없는 기쁨에 앞으로 나서려고 했고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두 명의 보디가드가 그녀들을 밀쳐냈다.
- 이어, 뭇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자가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 반유설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백이슬이었다.
- 백이슬은 온몸에 명품을 두르고 있었고 고귀하고 우아했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얼굴에는 정교함이 더해졌다.
- 그녀의 옆에는 꼬마 남자아이가 있었고 반유설의 세 아이와 또래로 보였다.
- “사모님, 작은 도련님, 이쪽이십니다.”
- 보디가드는 매너있는 목소리로 그들을 안내했다.
- “앞으로 KTX는 절대 안 탈 거야. 너무 더러워. 죄다 서민들 뿐이잖아.”
- 백이슬은 손가락을 추켜들고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네네네, 날씨만 아니었으면 도련님이 두 분을 고생시킬 리가 없으셨을 겁니다….”
- 백이슬은 보디가드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꼬마 남자아이를 데리고 고급 외제차에 올라탔다.
- 모자는 매우 거만하고 우쭐했다. 사람들에게 눈길 한 번을 주지 않았으니 사람들 사이에 있는 반유설을 발견할 리가 없었다.
- “이게 무슨 일이에요?”
- 주 씨 아주머니는 백이슬을 알아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방금 저 사람 친척 아가씨 아니에요? 설마 주환 도련님이랑 결혼을 한 건 아니겠죠?”
- “그런 가, 그럴 수도 있겠네….”
- 서 씨 가문의 차량 행렬이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반유설은 순간 서주환이 자신에게 했었던 약속이 떠올랐다.
- 그는 한 평생 그녀를 제외한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 그런데 그는 돌아서자마자 그녀의 사촌 여동생과 결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저렇게 큰 아이까지 있다니!
- 반유설은 코가 시큰해졌고 눈가가 빨개졌다…
- “엄마, 왜 그래요?”
- 반유설의 눈가가 빨개지는 모습을 본 세 꼬마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둘러쌌다.
- “엄마 괜찮아.”
- 반유설은 촉촉해진 눈가를 닦으며 자세를 낮춰 포동포동한 세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 “엄마, 속상해하지 마요. 준이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한테 멋진 차 사줄게요. 그러면 엄마 이렇게 고생 안 하셔도 되잖아요.”
- 준이는 반유설이 괴롭힘을 당한 탓에 속상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엄마, 누가 괴롭히면 내가 가서 팰 거예요.”
- 안이는 포동포동한 작은 주먹을 휘두르며 빵빵해진 볼로 화를 냈다.
- 빈이는 핑크핑크한 작은 얼굴을 반유설의 얼굴에 비비며 착하고 깜찍한 말투로 위로했다.
- “엄마, 울지 마요!”
- “안 울어, 안 울어!”
- 빈이의 주머니에서 초록색의 작은 머리가 쏙 나왔다. 씩씩하고 늠름한 작은 앵무새였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알을 굴리며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 “아이고 착해. 엄마 안 울었어.”
- 반유설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웃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 “가자, 엄마가 집에 데려다줄게.”
- “오예, 집에 간다!”
- 반유설은 세 꼬마들에게 뽀뽀를 한 뒤 다시 배낭을 메고 택시 잡는 곳으로 향했다.
- 예전의 반유설이라면 온갖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재벌가의 아가씨였으니 외출 시 호화로운 고급 외제차는 기본이었다.
-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주 씨 아주머니와 세 꼬마를 데리고 큰 짐 작은 짐 들춰 메고 줄 서서 택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두 어른과 세 꼬마는 승차 범위를 벗어나는 것에 속했다. 그래서 반유설은 주 씨 아주머니와 따로 택시를 잡아야 했다.
-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당장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택시 기사는 급한 마음에 과속을 했고 그 바람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길 어구에서 롤스로이스를 박았다.
- 기사는 놀란 마음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전전긍긍한 상태로 차에서 내렸다.
- 반유설은 조수석에 앉아 미간을 찌푸리고 밖을 내다보았다….
- 이 차는 기세가 대단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인 롤스로이스 팬텀이었다. 전 세계에 단 일곱 대만 존재하는 이 차량은 살짝 긁힌 것이라 해도 택시 기사가 전 재산을 탕진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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