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열심히 제비 생활을 해서 빚을 갚자
- “내가 하룻밤 동안 얼마를 번다고 생각하는 거야?”
- 남자는 소파에 기대 와인잔을 흔들거리며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 “만약 장사가 잘 안되면?”
- “네 꼴로 봐서 좀만 노력하면 아마 에로스의 에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어.”
- 반유설은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다가 그의 중요한 부위에 시선이 꽂혔다…
- “내가 듣기론 일반적인 제비들도 한 번에 8, 90만 원은 문제없다고 하던데. 그리고 풀로 달리면 150에서 200까지도 받는다며. 넌 아마 최소 200은 벌지 않겠어?”
- “그래서 매일 밤 8, 90만 원만 나눠주면 된다고?”
- 남자의 입꼬리는 조금 더 올라갔다.
- “참 쉽네.”
- “누가 그래!”
- 반유설은 다급하게 그를 나무랐다.
- “내가 말한 건 최소야, 최소. 매일 밤 넌 최소 나한테 90만 원은 줘야 한다고. 네가 잘못한 것에 대한 보상을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해. 많이 벌어서 나한테 줘. 알겠어?”
- “돈이 문제가 아니야.”
- 남자는 매우 상냥했다. 그런데 의문 가득한 모습으로 물었다.
- “근데 당신 나 어떻게 알아본 거야?”
- “너 허리에 있는 늑대 머리 문신으로 알아봤지. 설마 아니겠어?”
- 반유설은 그가 배 째라 식으로 나올까 봐 걱정이 되었다.
- “그래서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는 거지?”
- 남자는 그윽하게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 “당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누가 알아.”
- 반유설은 퉁명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 “그날 그렇게 취했는데 당신 얼굴을 어떻게 알아봤겠어.”
- 남자는 술을 한 모금 넘겼고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떼먹을 생각하지도 마. 안 그러면 너네 사장님한테 가서 신고할 거야.”
- 반유설은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 “그리고 당신 트랜스젠더라며. 만약 들키기라도 하면 여기서 일 못하잖아.”
- 남자는 흠칫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위험한 눈빛을 했다.
- “트랜스젠더?”
- “흥! 두렵나 봐?”
- 반유설은 가방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간단한 보증서를 작성했다.
- “자, 여기 위에 똑똑히 적어뒀어. 오늘부터 3개월 동안 그쪽은 매일 수입의 반을 보상으로 반유설에게 넘긴다. 사인하고 지장 찍으면 우리 계약이 성립되는 거야!”
- 그리고 그녀는 펜을 남자의 손에 밀어 넘겼다…
- “당신이 찾은 제비가 설마 나 하나는 아니겠지?”
- 남자는 보증서 위에 삐뚤빼뚤하게 글을 쓰며 눈썹을 치켜뜨고 물었다.
- “설마 이런 보증서가 무더기로 있는 건 아니겠지?”
- “미친놈, 내가 제비를 좋아하는 줄 알아? 그땐 사고였어. 지금까지 살면서 잔 남자는 그쪽이 유일했다고.”
- 반유설은 무심결에 말을 내뱉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 남자는 입꼬리가 올라갔고 대담하게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런데 글씨체가 발로 쓴 것처럼 이상해서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 반유설은 이 정도로 유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손을 잡아당겨 그의 엄지손가락을 세게 깨물었다. 그녀는 피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곧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종이에 세게 찍었다…
- “하하!”
- 계약이 성립되는 것을 확인한 반유설은 순간 당당해졌다.
- “약속한 거다. 절대 못 물러. 일단 오늘 수입부터 줘봐.”
- “오늘 아직 오픈도 못했는데 수입이 어디서 나와?”
- 남자는 그녀를 자기 품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녀의 한 줌만한 허리를 끌어안았다. 섹시한 입술은 그녀의 볼을 스쳐 지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아니면 그쪽이 주문할래? 반값으로 할인해 줄게…”
- “너, 꿈 깨!”
- 반유설은 곧바로 그에게서 벗어났다. 계약서를 들고 황급히 한쪽으로 넘겼다.
- “나한테 들이댈 생각하지도 마. 잘 들어, 이제부터 당신이 해야 될 일은 열심히 제비 생활을 하는 거야. 열심히 빚이나 갚아!”
- “안 아까워?”
- 남자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윽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 “넌 내 돈줄일 뿐이야. 아깝긴 뭐가 아까워.”
- 반유설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우리 연락하기 편하게 번호부터 교환하자.”
- 남자는 그녀의 핸드폰을 받아 그의 번호를 눌렀다. 이름을 저장하려던 순간 반유설이 핸드폰을 뺏어가 “빚제비”라고 저장해 버렸다.
-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딱 봐도 호칭이 불만스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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