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그때의 제비를 마주치다
- “너…”
- 반유설은 화가 나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녀는 지금 전 재산을 다 합쳐 봤자 60만 원이 조금 넘는데. 무슨 돈으로 몇 백만 원 어치의 술을 사란 말인가.
- “설마 그 정도 살 돈도 없는 건 아니지?”
- 허문철은 나쁜 의도를 품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 “나한테 부탁해 봐. 나랑 하룻밤만 같이 해준다면 오늘 내가 계산할게. 그리고 앞으로 회사에서도 내가 아무도 못 건드리게 잘 챙겨 줄게….”
- “짝!”
- 허문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유설은 그의 뺨을 때렸고 이를 악물며 욕을 퍼부었다.
- “뻔뻔한 자식!”
- 허문철은 얼굴을 만지더니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변태스럽게 웃었다.
- “네가 처음으로 나를 만진 거네. 손 진짜 부드럽다!”
- “역겨워!”
- 반유설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자리를 떴다.
- “만약 오늘 저녁 네가 이대로 도망간다면 앞으로 회사에서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을 거야. 모든 사람들이 너를 무시할 거고 배척할 거야….”
- 허문철은 뒤에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설마 이대로 그만두려는 거 아니지?”
- 반유설은 막연하게 앞으로 걸어가기만 했다. 기분은 한없이 다운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 일을 잃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몇 백만 원의 돈을 지불한 능력도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 이런저런 망상을 하고만 있던 그때 그녀는 바로 옆 룸 안에서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 훤칠한 몸매의 남자는 마침 그녀를 등지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입고 있던 흰색 셔츠를 허리에 두르고 있는 그는 흉악한 늑대 머리 문신과 기다란 칼자국을 드러내고 있었다…
- 그였다!!!
- 반유설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심장은 튀어나올 듯이 빠르게 뛰었다…
- 지난번 차에 앉아있는 모습만 보아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긴장해 멍하니 얼어버렸던 그녀였다. 말 한마디를 건넬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는 자리를 떠버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삶을 철저히 망쳐버린 남자가 바로 코앞에 있다.
-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그녀의 뇌리에는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 그녀는 병원에서 눈을 떴고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미처 보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본 차갑게 굳어버린 시체를 본 게 다였다.
- 장례식에서 모든 친척들과 친구들이 그녀를 나무랐고 욕설도 난무했다. 심지어 그녀를 쫓아내려고까지 했었다.
- 그녀는 혼전임신을 했었고 시골의 허름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면서도 모진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 그녀가 병원에서 출산할 때 삼둥이였던 탓에 출혈이 너무 심해 여러 차례 저승사자를 만나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었다.
- 이 모든 것의 모든 것은 전부 눈앞의 저 남자가 초래한 것이다!!!
- 과거의 일을 회상하던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주먹을 꽉 쥔 채 안으로 돌진했다.
- “저기요,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나가요!”
- 구석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검은 옷의 남자가 호통을 쳤다. 신비스러운 남자가 손짓을 보이자 검은 옷의 남자는 곧바로 입을 닫고 조용히 물러섰다.
- 반유설은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젠 제비도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닐 능력이 있는 시대인 건가.
- 보아하니 요 몇 년 동안 생활이 꽤 여유로웠나 보네!
- 반유설은 흥분을 겨우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갔다.
- “당신이에요?”
- 남자는 셔츠를 다시 차려 입고 서서히 몸을 돌렸다. 얼굴에는 검은색의 반쪽짜리 가면을 쓰고 있었다…
- 가면은 그의 반쪽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얇은 입술과 한 쌍의 깊은 눈이 드러나 있었다. 새까만 눈동자는 마치 밤처럼 차가웠고 신비로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 가면 오른쪽 이마 부분에는 구멍이 뚫린 골드 파이어 표시가 박혀있었다. 패기 넘치고 야만스러웠다.
- 반유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 제비 따위가 어떻게 저렇게 어마어마한 기세를 내뿜는 걸까? 혹시 그녀가 잘못 알아본 건 아닐까 싶었다.
- 아니다, 그 문신이라면 절대 틀렸을 리가 없다.
- “혹시 나 기억 안 나?”
- 반유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 “4년 전, 전 k13 룸에서 술을 마셨고 친구가 그쪽을 찜해서 나한테 보냈었잖아. 그리고 우린 클라우드 호텔에 갔고… 그쪽 가슴에 붉은 점 하나가 있었지!”
- 남자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반유설을 바라보았다.
- “그날 밤, 우린 일곱 번을 했었지….”
- “죽여버릴 거야—”
- 반유설은 뺨을 때릴 기세로 그를 향해 돌진했다.
- 남자는 번개같이 그녀의 팔목을 잡았고 소파로 밀어붙였다.
- “감히!”
- “이 개자식!”
- 반유설은 마치 살쾡이처럼 그를 덮칠 기세였다. 남자를 향해 두 팔을 마구 휘저었다. 그리고 격하게 흥분한 상태로 소리 질렀다.
- “내가 이렇게 된 거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완전히 꼬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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