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빚제비
- “내 계좌번호 보낼 테니까 매일 밤 12시 전에 무조건 이체해. 알겠어?”
- 반유설은 한 편으로 핸드폰을 누르며 한 편으로 그에게 당부했다.
- 말이 떨어진 동시에 남자의 핸드폰에서 “띵” 하는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 화면 속의 계좌번호를 보며 그의 얇은 입술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 재밌네!
- 이때 반유설의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
- 허문철의 번호임을 확인한 반유설은 언짢은 말투로 전화를 받았고 핸드폰에 대고 심하게 화를 냈다.
- “재촉하지 마. 나 계산할 돈 없어. 성천에도 이제 안 나가. 됐지?”
- 한바탕 화를 낸 뒤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볼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 겨우 찾은 일자리를 이렇게 허무하게 잃은 그녀는 몹시 시무룩했다. 소파에 털썩 앉은 뒤 남자 앞에 있던 와인을 원샷했다. 그리고 트림을 하더니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일 찾기도 쉽지 않아. 힘들게 찾은 일인데 짜증 나는 녀석한테 또 당했어.”
- “응?”
- 남자가 되물었다.
- “성천에 너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
- “말해도 넌 모를 거야.”
- 반유설은 신경 쓰지 않으려 했으나 순간 생각을 바꿔 다급하게 물었다.
- “맞다, 혹시 결제 하나만 해줄 수 있어? 3000만 원 정도인데…”
- “그래!”
- “잘 됐다!”
- …
- 반유설은 남자가 룸의 결제를 돕도록 했다. 총 3126만 원이었다. 그녀는 울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으나 일자리를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깡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세 꼬마를 위한 분유가 우선이었다.
- 그녀는 남자에게 말 한마디를 했다.
- “고마워. 배상금에서 빼는 걸로 해.”
- 그리고 동료들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 “계산은 이미 했어요. 다들 재밌게 노셨나요?”
- “덕분에 너무 재밌었어요. 고마워요 유설 씨.”
- 동료들이 줄지어 답했다.
- “진짜 계산했어요? 3000도 넘는다던데.”
- 그중 한 명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 “그러게요. 엄청 비싸더라고요. 신용카드 이제 다 한도 초과에요. 이젠 공기만 먹고살아야 될 거 같네요 허허.”
- 반유설은 씁쓸하게 웃었다.
- “근데 다들 즐거우셨다니 그걸로 됐어요.”
- “아 그건 좀…”
- 그중 몇 명은 마음이 불편한지 허문철을 쳐다보았다.
- “반유설 씨 너무 겸손하시네. 그깟 돈으로 백 하나 살 돈도 부족할걸요? 신용카드를 긁는다는 건 말도 안 돼요.”
- 허문철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 “그래도 고맙긴 하네. 다음엔 내가 사지.”
- 반유설은 뻔뻔하고 저질스러운 이 남자가 이가 갈릴 정도로 미웠다. 그런데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저 모르는 척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할 뿐이었다.
- “유설 씨, 제 차 타고 가요. 가는 길에 내려 줄게요.”
- “괜찮아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고마워요.”
- 반유설은 룸에서 나와 고개를 돌려 카운터 쪽을 쳐다보았다. 남자는 이미 사라져 있었고 아마 손님 접대하러 간 듯싶었다.
- 정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남자네!
- 그녀는 그에게 문자를 하나 보냈다.
- “나 먼저 들어가 볼 게. 열심히 일해. 손님 최대한 많이 받아서 얼른 빚 갚고 벗어나.”
- 룸 안, 예도하는 문자를 확인하고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참 귀여울 정도로 바보 같아.
- “대표님, 흑표가 나타났습니다.”
- 예휘가 들어와 보고했다.
- “사람 시켜서 지켜보도록 했습니다. 누구랑 접선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돼!”
- “네.”
- 반유설은 “빚제비”의 답장을 받지 못하자 불안해졌다. 설마 잡아떼려는 건 아니겠지?
-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때 그가 잡아뗀다면 다시 돌아가서 찾기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 룸 안, 예도하가 막 떠나려고 할 때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를 본 그는 입꼬리가 올라간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왜 답장 안 해? 설마 도망가려는 건 아니겠지?”
- 반유설이 질문했다.
- “빚 갚으려고 열심히 일하는 거잖아.”
- 예도하는 빠르게 역할에 빠져들었다.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