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처음으로 예도하를 마주하다
- 월요일 이른 아침, 반유설은 주 씨 아주머니와 함께 세 꼬마들을 새 유치원에 등원 시켰다. 그러고 나서 황급하게 성천 그룹으로 향했다.
- 반유설은 며칠 동안 서른다섯 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면접을 보았던 열일곱 곳의 회사에서는 그 자리에서 거절하거나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리라고만 했다.
- 유일하게 면접에 통과되었다는 전화를 준 회사는 소문으로만 듣던 성천 그룹이었다.
- 반유설은 의문이 들었다. 작은 회사에서조차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는데 비지니스 제국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성천 그룹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주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 그녀가 성천 그룹의 인사팀에 도착한 그때에서야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 “너였어?”
- “오랜만이네, 아가씨!”
- 허문철은 미소 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눈에는 악의를 품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 “몇 년이나 지나도 아가씨는 그대로 시네. 예전이랑 똑같이 예뻐!”
- “허문철, 우리 아빠가 너 반 씨 그룹에서 쫓아낼 때 죽을 때까지 해성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근데 감히 다시 돌아와?”
- 반유설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반 씨 그룹의 전 부 대표인 그는 그녀에게 나쁜 마음을 품은 탓에 반 씨 그룹에서 쫓겨났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이 시점에 이 곳에서 그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반 씨 가문은 진작에 몰락했잖아. 아직도 본인이 재벌가의 아가씨인 줄 아나 봐?”
- 허문철은 조롱하는 말투로 썩소를 지었다.
- “넌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이 자리도 내가 선심 써서 만든 거야!”
- 반유설은 분노 가득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는 바로 뒤돌아 자리를 떴다.
- “반유설, 이건 네 마지막 기회야. 지금 이 문을 나선다면 단언컨대 너 앞으로 해성에서 일자리를 절대 찾지 못할 거야. 가서 몸이라도 판다면 모를까!”
- 등 위에서 허문철의 방자하고 오만한 목소리가 전해 왔다.
- 반유설은 가슴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고 발걸음을 재촉해 자리를 떴다…
- 그녀로 하여금 그에게 머리를 숙이게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 나올 때가 되어서야 반유설은 빌딩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 중년 남성 한 명이 온몸이 휘발유에 흠뻑 적셔져 있었고 한 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주위 사람들을 협박했다.
- “다가오지 마. 나 예도하 만날 거야, 당장 나오라고 해!”
- 주위의 직원들도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경호원들은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 임원 몇 명이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 “조 대표님, 진정하시고 말로 합시다!”
- “진정하라고? 실수로 기분을 상하게 했을 뿐인데 하룻밤 사이에 파산하게 만들었어. 난 집을 잃은 개 꼴이 되었다고. 당신들 같으면 진정이 되겠어?”
- 남자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 이 말을 들은 반유설은 자신의 아버지 반유혁이 떠올랐다…
- 그녀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 씨 가문이 경영하던 회사는 잘만 굴러갔었는데 왜 갑자기 파산을 한 건지.
- 그녀는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 설마 그녀의 아버지도 눈앞의 이 사람처럼 박해를 당한 건 아닐까?
- “예 대표님 오셨습니다!”
- 바로 이때, 누군가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 반유설은 고개를 들어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롤스로이스 레이스가 천천히 들어섰고 경호원들은 빠르게 앞으로 나서서 현장을 정리했다.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서며 길을 내주었다.
- 휘발유를 뒤집어 쓴 남자는 곧바로 차를 향해 돌진해 갔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 “예도하, 너 오늘 반드시 나한테 보상을 해줘야 돼!”
- 주위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롤스로이스를 바라보았다.
- 안에 앉아있는 사람은 해성에서 쳐다보기만 해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 반유설은 뒷좌석에 꼿꼿하게 앉아있는 검은색 그림자를 어렴풋이 보았다. 그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만 보고 있었고 바깥 상황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 기사와 조수석에 앉아있는 보디가드는 그의 지시가 내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기마저 숙연하고 적막이 흘렀다.
- 차 안의 남자는 마치 빙산처럼 차가웠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저 차갑게 손으로 사인을 보냈다.
- 다음 순간,
- 차는 갑자기 엑셀을 밟고 휘발유 남을 향해 돌진했다…
-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얼어버렸고 휘발유 남은 더더욱 멍하니 자리에 굳어버렸다. 상대가 이 정도로 단호하게 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차가 그를 치기 직전에 다다른 모습을 본 반유설은 갑자기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가 그를 끌어당겼다…
- 차 안의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그윽하고 깊은 눈가는 반유설의 얼굴에 시선을 멈췄고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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