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친척 아이들에게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어. 아이들이랑 놀아주려면 항상 인내심을 가져야 했는데 오늘처럼 이렇게 푹 빠져드는 경험은 처음이야.’
지금 고시목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저 귀여운 아이들에게 사랑을 마음껏 주고 싶어! 좋은 것들도 마구마구 사주고 정말 예뻐해 주고 싶어! 사랑해 주고 싶고, 보호해 주고 싶어! 그 누구도 감히 저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꼭 감싸주고 싶어!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막아주고 싶고 아이들 눈에서 눈물 흐르지 않게 해주고 싶어. 아이들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늘 웃었으면 좋겠어. 잠깐... 나 왜 이러지? 지금 나 너무 이상하잖아.’
당승민은 차에 오르기 전 고시목에게 뽀뽀를 날리느라 한발 늦게 차에 올라탔다.
그는 당승권과 함께 뒷좌석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차가 출발하자 당승민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저 아저씨 좋아요.”
당승권은 당승민을 힐끗 바라보더니 맞장구쳤다.
“나도 좋아요.”
당승민이 말했다.
“아저씨는 당씨 가문 사람들보다도 좋아요. 웃을 때도 아주 멋지고. 아저씨는 마치... 태양 같아요. 아주 따뜻한 사람이잖아요.”
당승권은 입을 삐죽이며 말을 이었다.
“당씨 가문 사람들은 형미진 아줌마랑 당금희만 예뻐해요!”
그러자 당승민은 마음이 아픈 듯 작은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맞아요! 그 사람들이 매번 엄마를 괴롭히는 데도 계속 그 사람들 편만 들고 엄마를 힘들게 해요...”
‘이 세상에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나랑 형뿐이야. 엄마는 다른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지 못해. 불쌍한 우리 엄마...’
“맞아요!”
당승권은 콧방귀를 뀌더니 당석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나랑 승민이는 언제나 엄마 편이고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 엄마는 저랑 승민이의 우주에요! 세상 그 누구도 엄마보다 더 좋을 순 없어요!”
“맞아요!”
당승민은 자리에서 뛰어내리더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당석예 얼굴로 뽀뽀하며 살인미소를 지었다.
“엄마, 저랑 형은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 영원히요!”
‘다른 사람들이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랑 형이 사랑해 주면 돼! 나랑 형은 빨리 클 거야! 빨리 커서 힘 있고 멋진 남자가 되어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다 무찌를 거야! 그 누구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막을 거야!’
아이들의 사랑 고백에 당석예는 코가 시큰거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귀여운 내 강아지들, 엄마도 권이 민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하지만 민아, 일단 자리에 가서 앉을래? 그리고 안전띠 꼭 해야 해! 이대로는 위험하단 말이야!”
“알겠어요, 엄마!”
당승민은 당석예의 얼굴에 다시 한번 뽀뽀한 뒤 얌전히 자리에 가서 돌아가 앉고 안전띠를 했다.
당석예는 백미러로 당승민이 안전띠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심했다.
아이들의 사랑 고백을 들어서 그런지 당석예는 갑자기 힘이 마구 솟구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여자가 아닐지 생각했었어.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난 뒤로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있어. 아이들은 내 목숨이자 나를 구원하러 온 천사야! 죽음 말고 아이들과 나를 갈라놓을 수 있는 건 없어! 감히 내 아이를 건드리는 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울 거야.’
반 시간 뒤, 당석예는 아이들과 함께 임시로 머무는 집에 돌아왔다.
당석예는 서울에 온 지 며칠 안 되었기에 아직 집을 사지 못한 상태였다.
당석예는 짬 날 때마다 집을 둘러보고 마땅한 게 있으면 집을 사서 아이들과 안락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