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말도 안 돼!
-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도 먼저 도련님께 전화해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도련님은 함부로 행동하는 분이 아니시잖아요. 세상에는 서로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니까 어쩌면...”
- 집사의 말에 고광만은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 “흥! 내 손주들이 틀림없어!”
- 고광만은 손주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 그런데 고시목은 고광만에게 손주를 안겨주기는커녕 여자 친구도 제대로 만나지 않았다.
- 그 바람에 고광만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던 참이었다.
- ‘일단 시목이한테 전화부터 해야겠어! 시목이가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하면 친자확인 검사 결과를 가지고 보여줘야겠어! 시목이 아들, 내 손주인 게 틀림없어! 흐흐, 내게도 손주가 생겼어! 그것도 둘씩이나!’
- 고광만은 고시목에게 전화할 때 눈에서 불빛이 이글거렸다.
- *
-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 오후, 우기 커피숍.
- 당석예는 맞은 쪽에 앉은 남자의 얼굴을 때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
- “2억 주시면 3일 안에 고객님 돈을 들고 튄 여자 친구를 찾아드리죠.”
- 당석예의 맞은쪽에 앉은 남자는 당석예가 꾸리고 있는 사무소의 고객 원홍파였다.
- 원홍파는 한 여자를 만나 연애한 지 3개월 만에 돈 10억과 보석을 뜯겼다. 돈과 보석을 뜯기고 나서야 제정신을 차린 그는 급히 당석예를 찾아 자기 여자 친구를 찾아달라고 했다.
- 그런데 막상 당석예를 만난 원홍파는 또다시 정신이 아찔해졌다.
- 원홍파는 절세 미녀인 당석예에게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어느새 얼굴과 귀가 새빨개져서는 말했다.
- “그 여자 안 찾아도 돼요! 제... 제가 2억 줄게요. 아니, 아니요. 10억 줄 테니까 저랑 사겨주세요!”
- “...”
- 당석예는 말없이 숟가락을 가져와 그것을 가볍게 구겨버리더니 두 손으로 그것을 굴렸다.
- 그러자 원래는 숟가락이었던 그것이 구슬 모양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당석예는 원홍파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 “선생님, 아까 뭐라고 하셨죠? 바람이 세서 잘 듣지 못했어요.”
- 원홍파의 얼굴을 빨갛던 데로부터 하얗게 질려버렸다.
- 그는 당석예의 얼굴과 그녀의 손에 든 구슬이 되어버린 숟가락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 원홍파는 큰 용기를 낸 듯 말을 이었다.
- “용... 용기 있는 자가 미... 미녀를 얻는 법이지요!”
- “...”
- “하하하하...”
- 그때, 옆 테이블에 앉은 당승권과 당승민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그러자 당석예는 아이들을 노려보며 하지 말라는 투로 눈짓했다.
- 당승민은 오히려 혀를 홀랑 내밀며 소파에서 뛰어 내려와 당석예한테 쪼르르 달려오더니 그녀의 품에 와락 안겼다.
- 당승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원홍파를 바라보며 말했다.
- “아저씨, 우리 엄마 좋아해 줘서 고마운데 우리에겐 아빠가 있어요!”
-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뭐 하는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있긴 있어요.’
- “어... 엄마라고?”
- 원홍파는 벼락 맞은 사람처럼 벙찐 얼굴로 당석예를 바라보았다.
- 그러자 당승민은 당석예의 몸에 올라타더니 그녀의 목에 팔을 두르고 볼에 뽀뽀했다.
- “네! 저한테는 형도 한 명 있어요. 저랑 형은 쌍둥이예요. 우리 엄마 진짜 대단하죠?”
- 그때, 당승권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제가 바로 형이에요!”
- “이... 이건... 이건 사실이 아닐 거야.”
- 원홍파는 당석예가 유부녀라는 사실이, 그것도 애가 둘씩이나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 ‘첫눈에 반한 여신님이 애가 둘이나 있는 유부녀라니! 말도 안 돼! 많아 봐야 스무 살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말도 할 줄 아는 아이가 둘이나 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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