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5화 도구
- 발밑에서 찬 기운이 솟아오르는 느낌이 든 심지숙은 사지가 차갑고 등골이 오싹했다. 이 순간 그녀는 친딸인 여아린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의 인상 속에서 여아린은 성격이 온화하고 순종적인 딸이었다. 그녀는 여아린이 이런 모진 말을 할 줄은 몰랐다.
- ‘내가 한 이 모든 것은 아린과 이 가정을 위해서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 심지숙은 자신의 계획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여 아무도 여아린의 알레르기 원인을 발견하지 못할 거로 믿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들키더라도, 그녀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는 여아린의 친모라는 것이었다. 여아린은 성격이 부드럽고 착하기 때문에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저 울고 화를 낼 것이다. 딸의 성격을 잘 아는 심지숙은 그녀를 잘 달래고 참을성 있게 설명하면 용서할 줄 알았다. 그러나 여아린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 여아린이 낯설게 느껴진 심지숙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